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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권위.
재밌다. 상대적으로 생각이 깨어있다고 자타가 인정하는 사람들 간의 대화를 가만히 지켜봐도 권위주의의 냄새는 여전히 강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어떤 이가 말한 내용을 듣고 분석하여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따진 다음 얼마만큼 신뢰해도 되는지를 엄밀하게 평가하지 않는다. 만약 그 사람이 아는 사람일 경우, 평소 그 사람의 인품이나 성품, 그리고 평소 그 사람의 일관성에 의거하여 판단한다. 반면, 그 사람이 모르는 사람일 경우, 인품이나 성품 등을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보통 판단의 근거는 그 사람의 객관적인 지표다. 이를테면 어느 분야의 전문가인지를 확인하거나 지인의 의견을 듣거나 공개되어 있는 그 사람의 흔적들을 인터넷으로 찾아 판단의 근거를 확보한다.
그러나 이 두 경우 모두 판단의 근거는 그 사람의 말보다는 그 사람의 배경에 무게중심을 둔다. 믿을만한 내용의 말을 했기 때문에 그 말한 사람을 믿는 게 아니라, 믿을만한 사람이 말했기 때문에 그 사람이 한 말을 믿게 되는 경향이 크다는 것이다.
이때 객관성이라는 지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 사실 보통 사람들이 ‘객관적으로 말하면…’이라든지 ‘객관적으로 봐선…’이라고 할 땐, 그 ‘객관적’이라는 말은 한 마디로 구라라고 보면 된다. 어떤 사람도 전체를 경험하거나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거대한 전체의 한 가운데에서 중용을 이루고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어찌보면 한 쪽으로, 방향과 크기만 다를 뿐, 치우쳐져 있다. 그러므로 ‘객관적’이라는 말은 그 사람의 고유한 생각만이 아닌, 듣고 공부하여 얻은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포함해서, 감정을 빼고 좀 드라이하게 말한다고 받아들이면 되지 않을까 한다.
우리 모두가 다들 은연 중에 저지르고 있는 오류이기 때문에 이를 가타부타할 필요는 없지만, 이 오류를 이용해서 잘난척을 공식화하는 사람들을 마주할 때마다 난 기분이 더럽게 상한다. 한 마디로 이런 부류다. 자기 분야에서 인정을 받은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이 사람이 다른 분야에 대해 말하거나 주장하는 것들까지도 자기 분야에서와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인정해버리는 경우를 주위에서 흔히 본다. 특히 온라인 상에서의 글빨은 이를 더욱 잘 드러내준다.
그런데 정말 웃긴 것은 자기 스스로도 사람들의 그 ‘근거없고 넘겨짚은’ 인정에 기뻐하고, 실제 자기가 그 정도로 인정을 받고 있는 사람처럼 여기는 인간들이 많다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나름 겸손한답시고 겸양을 떠는 발언까지도 서슴없이 하는데, 정말 환장할 노릇이다. 아마도 머리 속엔 ‘나 이런이런 사람이야. 감히 내가 말하는데 니가 뭐라고 대들어?’ 와 같은 생각이 은연 중에 박혀있지 않을까?
페북에서도 마찬가지다. 좋아요를 많이 받는다고 해서 항상 그 글이 좋다고 생각하는, 이런 순진한 발상은 이런 자들의 허세를 충족시켜주는 은밀한 도구가 된다. 자기는 다른 사람의 글을 판단하고 나름 꽤 엄격하게 좋아요를 누르는 기준을 가지지만, 자기 글에 좋아요를 눌러주는 사람들도 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 믿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아닐 것이라고 본다. 페북에서 단 몇 분만이라도 투자를 하면, 좋아요가 많이 달린 글은 대부분 나름 유명세에 의존한다. 글의 내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때가 많다. 전문용어로 ‘거품’이라고 한다. ㅋㅋ 설상가상으로 그런 글에 댓글도 많이 달리는데, 보통 그런 댓글들은 별 의미가 없거나 ‘나를 기억해주세요’와 같은 숨은 의도가 담긴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자기의 존재를 일부러 유명한 이에게 드러내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의 은밀한 표출이 되겠다. 아, 이런 거품들에 스스로 목이 뻣뻣해진 인간들 글은 좀 안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말이 나온 김에 불평 하나 더 하자면, 자기 글 읽어달라고 페친 신청하지 마시라. 자뻑 사진과 자뻑 글도 정도껏 하시라. 너무 그런 것들로 도배되어 있으면 무섭기까지 하다. 그리고 난 당신 찬양하고 싶은 마음 1도 없다.
또한 자기만의 정리된 글을 쓰지도 않고 항상 다른 사람들의 글에 기웃거리며 겸손을 가장한 비난이나 조롱하는 자들이여. 제발 비겁하게 그러지 마라. 정정당당하게 당신도 글을 써서 자신의 의견을 확실히 밝혀라. 물론 그렇게 하면 당신의 실체가 들통날까 두려워 글을 쓰지 못하는 것일테지만, 만약 당신이 글을 쓴다면 다른 사람도 당신 글에 당신이 했던 것보다 더 까댈수 있다는 걸 잊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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