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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에서 벗어나기 위한 작은 몸부림.
미국 나이로 마흔 하나가 되던 7월 중순, 인생의 후반전을 위한 준비의 일환으로 나는 먼저 몸관리를 선택했다. 나이가 들어가며 꼰대가 되어가는 건 나이에 따른 근육량 감소와 그에 따른 기초대사량 감소, 결과적으로 야금야금 살이 찌는 것과 같은 현상이라고 본다. 그건 중력과도 같아서 자꾸만 아래로 가라앉는 게으른 우리들에겐 점점 더 강하게 느껴지는 법이다. 그러나 서서히 데워지는 물 안의 개구리처럼, 우린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편리해진 (이라 쓰고 ‘게으른’이라 읽는다) 삶의 패턴에 익숙해져서 그것이 얼마나 큰 악영향을 주는지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깨달았다 할지라도 몸과 마음은 이미 분리가 된 지 오래라서 결코 실천이란 없다. 나는 자기합리화에 익숙해지고 길들여진 사람들이 바로 꼰대의 실체가 아닌가 한다. 우린 모두 자신만 인식하지 못할 뿐, 그리고 각자 속도만 다를 뿐, 모두 꼰대로 수렴하고 있다. 이런 생각이 들면 실로 섬뜩하기조차 하다. 그래서 난 할 수만 있다면 이런 자연발생적 현상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중력을 이겨내고 싶었던 것이다.
꼰대의 정의가 우리가 흔히 아는 외적인 모습이 아닌, 정말 내적인 요인 (이를테면 자기애) 때문이라면, 여기서 벗어나는 길은 그저 행동교정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내재적인 요소의 수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은 몸과 마음, 육체적인 부분과 정신적인 부분이 함께 수정되어야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여기에 딱 맞는 손쉬운 방법이 바로 체중감소를 포함한 몸관리다.
이는 자신도 모르게 실제론 영과 육이 분리된 채 살아가지만 책 조금 읽고 건방지게 아는 척하는 우리 인간들에겐 정말이지 크나큰 도전이자 시련이 아닐 수 없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하지 못하는 많은 중요한 것들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난 이런 종류에 대체적으로 진리에 가까운 것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고 믿는다.
몸무게 숫자 조금 줄이는 것이 무슨 대수냐고 함부로 지껄이는 인간들은 자기 멋에 자기 확신에 가득 찬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들은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일들이 누군가에 의해서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거부감을 느낀다. 확신에 찬 사람들을 싫어한다고 지적질하는 인간 중에 그 자신이 확신에 안 찬 인간 한 명도 보지 못했다. 꼰대라고 지적질하며 잔소리하는 사람 치고 꼰대 아닌 사람 없듯이 말이다. 또한 늘 다른 사람의 의견에서 흠집을 발견하고 그것을 자기 딴엔 넌지시 알려준답시고 마치 확신이 없고 배려심이 가득차게 보이는 말이나 행동으로 지적질하는 사람 치고 비겁하지 않은 사람 보지 못했다. 그들은 늘 자기만의 정리된 말이나 글을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다. 그건 그들의 정리 안된 생각이 확신의 죄를 벗어날 거라는 그들의 착각에서 비롯되리라 난 생각한다. 그 흠집 하나 잡아서 마치 자신이 겸손하고 이타적이며 사려깊은 사람처럼 조용히 한 마디하는 것, 난 그거 위선이라 본다. 그것도 자기애의 표출이다. 비난하는 자를 비난하면 더 우월해보인다는, 자신도 자각하지 못하는 자기기만. 난 솔직히 이런 이들이 대놓고 비난하는 이들보다 더 꼴보기 싫다.
체중감소는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면 된다. 더 이상의 원리는 부차적이다. 저탄고단을 동원하면 도움이 된다는 건 이제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먹는 것만으로 체중감량을 획득한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자신의 나이를 잊어버린 실수라고 난 말해주고 싶다. 그 경우 필요없는 고행을 자초한 것이며 그 고행의 결말은 건강악화와 요요라고도 말해주고 싶다. 짧은 시간 많은 체중감량은 독이 될 우려가 크다. 제발 나이를 생각하시길 바란다. 근육을 늘려 기초대사량을 늘리시고 체력이 증진되고 허약함이 아닌 건강함을 몸소 체험하시길 빈다.
몸관리 시작한 지 넉 달이 다 되어간다. 지금까지 본 최소 체중은 87.0 이다. 간발의 차로 아직 86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그러나 88 이상으로도 올라가지 않는다. 87 대에서 아주 안정적으로 머물고 있는 것이다. 이 노력의 백터방향이 몸무게 숫자 감소 쪽에 맞춰진 건 분명히 맞다. 조금씩 조금씩 몸이 충분히 적응을 하면서 전진하고 있는 것이다. 윗몸일으키기도 이젠 20회씩 2회에서 4회로 늘렸고, 팔굽혀펴기도 20회씩 2회에서 30회씩 2회로 늘렸다. 자전거타기도 3마일에서 4마일로 늘렸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귀찮긴 하나 힘들지 않다. 이것이다. 바로 이것. 귀찮지만 해야만 하는 일을 할 때 거뜬히 할 수 있는 상태. 난 이를 “준비”라고 부른다.
우린 꼭 필요하고 해야만 하는 일들에 너무 많은 변명을 만들어내느라 머리를 너무 많이 써온 것 같다. 대부분은 그 고민할 시간에 해버리면 된다. 아무리 적은 죄책감도 누적될수록 자신의 정체성의 일부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가능한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믿는다. 85 키로를 향한 나의 도전은 오늘도 계속 된다. 두 번째 도약이 성공할 것을 간절히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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