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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
둘이서 함께 상대방을 비난하다가 비난받던 자의 뜻밖의 호의적인 모습을 마주할 때, 비난하던 둘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돌기 시작한다. 그동안 누가 더 강경하게 비난을 퍼부었던가. 적어도 나는 아닐 것이다. 아니어야만 한다. 만약 그랬다간 정말 곤란해질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표나지 않게 넌지시 알려야만 한다. 나도 남을 배려할 줄 안다. 그러나 나의 배려심은 이 정도인 것이다.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나? 그리고 이렇게 배려해주는 것도 배려하는 것처럼 보이면 안된다. 감쪽같이 숨겨야 한다. 둘을 모두 얻기 위해서는 이것이 아주 중요하다. 비난받던 사람으로부터 나는 마지못해 비난에 동조한 사람이어야 하고, 함께 비난하던 친구로부터는 여전히 한 패라는 결속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그래서 무슨 일이 생기면 함께 똑같이 책임질 동지라는 사실을 재확인시켜 줘야한다. 그러나 적정선을 찾기가 너무 어렵다.
비난받던 사람의 관점 또한 중요하다. 그 사람은 비난했다는 그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할까, 아니면 경중을 따져 약한 비난은 눈감아줄까. 전자라면 난 끝장이다. 비록 함께 비난하던 친구와는 금이 가지 않겠지만 상대방으로부터는 어쩔 수가 없다. 비난하다 인생 종치는 일이 생길 것이다. 그런데 난 그런 처지에 놓이기 싫다. 어떻게든 피해야 한다. 이 사람은 알고보니 그렇게 비난받을 필요가 없는 사람인 것 같다. 내가 실수했던 것이다. 그러나 시간을 돌릴 수도 없고 뱉은 말을 담을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비난했던 댓가를 치러야만 한다. 제발 이 사람이 비난의 경중을 따지기를 바랄 뿐이다. 내가 받을 벌을 함께 비난하던 친구에게 어떻게든 전가시켜야만 한다. 그러면서도 그 친구에게는 어쩔 수 없었다는 듯이 태연하게 미안한 척을 해야한다. 아, 정말 인간관계는 힘들다.
그런데 이 친구는 과연 나의 이런 깊은 배려심을 알기나 할까? 이왕이면 은근히 생색을 내면서 날 고마워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게 성공한다면 완벽할 것이다. 난 정말 모든 것을 다 얻게 되는 것이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다니. 생각만 해도 짜릿한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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