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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일상에 흩어진 행복의 조각

가난한선비/과학자 2019. 2. 9. 04:56

일상에 흩어진 행복의 조각.


장마인가 싶던 비가 그치고나니 기온이 뚝 떨어졌다. 어제 밤엔 이러다 물 얼라 하는 기분 좋은 염려가 살짝 들었지만, 설마 하는 관성은 역시나 힘이 셌다. 캘리포니아로 이사 온 지 2년 반밖에 안 지났는데, 어느새 내게 있어 겨울은 물도 얼지 않고 눈도 내리지 않는 가을의 연장선이 되어 버렸다. 이렇게 우물쭈물하다가 금새 태양은 다시 작열하기 시작할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그럼 그렇지, 물은 얼지 않았다. 그냥 조금 추울 뿐이다. 조금 따뜻한 재킷을 걸치고 집을 나섰다. 위에 뭘 걸치는 걸 유독 싫어하는 아들 녀석도 오늘은 스스로 재킷을 입고 있었다. 눈을 그리도 좋아했던 녀석인데, 올 겨울엔 눈 한 번 보지 못하는구나 싶어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따스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오후의 햇살을 맞으니 기분이 좋았다. 햇살은 오늘도 어김없이 화사한 초록의 그리데이션을 만든다. 저 멀리 보이는 눈 덮인 산의 위용도 한 동안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어도 될 만큼 충분히 아름답다.


시간이 흘러가는 게 눈에 보일 때가 있다. 커다란 관성의 힘을 가지는 일상도 조금만 세밀하게 관찰해 보면 자잘한 변화들의 연속으로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늘 같지만 다른 느낌. 신비란 이런 게 아닐까. 일상에 눈을 뜨는 과정, 작은 이야기들에 귀 기울여가는 과정, 멈춰 서서 배경에 불과했던 소리들을 듣는 과정. 행복은 지혜자들의 말처럼 멀리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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