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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도시 전체가 비와 안개에 흠뻑 젖은 차가운 날,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욕실 안에는 더운 증기가 가득했는데, 밖에 나오니 비에 젖어 축축한 안개가 온몸을 감싼다. 눈을 들어 산을 보니 짙은 구름층에 갇혀 윤곽조차 뚜렷하지 않다. 도로 위에 흐르는 빗물을 가르며 지나가는 차들의 날카로운 소리도 어느덧 일상이 되어간다. 여기는 엘에이, 태양의 도시, 하지만 요즘은 날개 젖은 천사들의 도시다.
얼마 전부터 클리블랜드 때 겪었던 편두통이 도졌다. 그때보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더 건강해진 것 같은데 느닷없이 찾아온 이 달갑지 않은 손님과 함께 사느라 요즘엔 조금 우울하기도 하고 조금 더 예민해진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나를 벗어나 외부 환경을 곰곰히 따져보니, 이 편두통이란 녀석이 찾아온 시점이 엘에이에 흐리고 비가 자주 오는 시기와 겹친다.
그러고 보니 클리블랜드에서의 날씨는 흐린 날이 참 많았다. 오대호 중 이리호와 바로 접해있는 도시였기 때문에 Lake effect라는 현상 덕에 변덕스러운 날씨는 일상이었다. 언젠가는 미국에서 가장 흐린 날이 많은 도시가 클리블랜드라고도 했다. 주민들이 연이은 흐린 날씨에 우울할까봐 일부러 밟은 등을 집에 가져다 놓고 밝히라고, 그러면 도움이 될거라는 권고문을 본 적도 있었다. 가뜩이나 형광등 문화가 아닌 스탠드로 집 안을 밝히는 문화를 가진 이 미국 땅에서 나는 집에 들어갈 때마다 어둑하고 침침한 기분에 한 동안 잘 적응하지 못했던 기억도 난다. 내가 편두통을 겪었던 환경이 이러한 지속적인 흐린 날씨와 연관되어 있는 건 아닐까 싶다. 빨리 날씨가 맑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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