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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
How are you? I’m fine. How about you? Great.
하지만 그들은 정말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사실 대부분의 그들은 내 대답에 전혀 관심이 없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물어야만 한다. 심지어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왜? 그건 나도 그들도 모른다. 답은 없다. 관습과 문화라는 해석만 있을 뿐이다. 그냥 그들은 그렇게 물어야만 하는 것이고, 나는 그냥 그렇게 이유를 알지 못한 채 그 뻔하고 반복적이며 고리타분하면서도 무의미한 대사를 읊어줘야 한다. 이것도 미국생활이라 여기면서 말이다.
내가 외국인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예민해서일 수도 있다. 영어를 잘 못한다는 열등감의 발현일 수도 있다. 미국생활 8년차. 이젠 이런 고민도 지긋지긋할 정도가 되었지만, 사실 난 이런 대화로부터 집단적 우월감에서 배어나오는 일종의 배제감을 느낀 적이 많았다. 당신 미국인 아니지? 아닌 줄 뻔히 알면서... 미국에 왔으니 우리 법대로 따라야지? 안 그러면 너 따 당할 걸. 이 은근한 협박의 느낌. 굉장히 불쾌했었다.
첫 인사부터 기를 누르더니 대화를 진행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순진한 척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묻는다. 뭐라고? 다시 말해 줄래? 그러면 난 형편없는 발음으로 다시 그 단어나 문장을 말한다. 두 세 번 정도 반복하면 그제서야 알아차렸다는 듯, 아...! 하면서 본토 발음으로 내가 수치심을 느끼며 두 세 번 반복했던 단어나 문장을 웃음을 머금으며 우월감에 도취된 채 친절히 직접 되뇌어준다. 난 이미 마음 문이 닫힌 상태다. 이후의 진행될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난 그들의 뻔한 대화 방식을 따르고 싶지 않다. 괜히 빗나가고 싶다. 비뚤어지고 싶다. 그러면 그들의 눈에는 내가 마치 무례하거나 대화할 줄 모르는 사람인 양 취급받기에 이를 것이다. 또 당한 것이다. 젠장. 도대체 누가 무례한 것인지... 이미 무례할 사람은 정해진 게 아니었는지...
문화라는 것. 그 안엔 보이지 않는 폭력이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면, 미국인 대 비미국인, 혹은 백인 대 유색인종 등으로 만나는 게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는 것이 우선이어야 하지 않을까. 아무리 자신에게 익숙하고 또 정의롭고 든든하다고 여겨지는 배후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등에 업지 않고 벌거벗은 인간 대 인간으로 상대방을 대해야 하지 않을까. 개인적인 앙심이 없다 하더라도, 악의가 전혀 없다 하더라도, 거기엔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집단적 이기심과 우월감이 묻어있는 법이다. 그것은 그 집단 안의 사람에게는 문화라고 불릴지 몰라도, 집단 밖의 사람에게는 폭력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인간은 개인이자 집단이다. 개인의 도덕적 양심과 선한 성품만으로는 배제와 혐오의 벽을 허물 순 없다. 약자를 생각한다는 것은 그저 개인 대 개인의 관계만을 생각하는 게 아니다. 내가 속해 있는 집단, 나와 같은 뜻을 품고 있는 우정 관계의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힘도 고려해야만 한다. 그것이 보다 성숙한 배려로 가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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