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내 안의 타자.
함부로 정의할 수 없는 어떤 내밀한 이끌림 때문인지, 새로 길들여진 습관 때문인지, 난 오늘도 강요되지 않은 선택을 한다. 일부러 시간을 내고, 그 시간에 맞추어 게으른 몸을 움직인다. 늘어지던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숙연해지는 장소로 발걸음을 옮긴다.
높은 천장, 넓은 공간, 울려 퍼지는 피아노 소리. 그리고 평온한 적막. 소란했던 내 마음엔 이내 평안과 고요가 잦아들고, 나는 다시 한 번 경건한 자가 된다. 높았던 마음이 낮아지고 내 안의 혼잡했던 찌꺼기들이 씻겨나가는 것 같다.
또 다른 나와의 만남. 같은 육체를 공유하고는 있지만 내 안엔 또 다른 나, 내 안의 타자가 있다. 타자를 환대하는 것은 외부만을 향하지 않는다. 자신의 고집된 방식에 잠시 제동을 걸고,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또 다른 나에게 발언권을 주어 겸손한 마음으로 그의 말을 들어보는 시간도 포함한다. 견고했던 내 안의 위계에 균열이 나고, 목이 뻣뻣할 정도로 강했던 내가 머리도 온전히 들지 못하고 있던 약한 나의 목소리를 듣는 이 시간. 몸과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고 질서가 잡혀가는 이 시간. 난 이 시간이 좋다. 내부의 타자를 끊임없이 배려하며 평화를 만드는 행위는 외부의 타자를 지속적으로 환대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힘이 아닐까.
'in monologue'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배드민턴 (0) | 2019.10.02 |
|---|---|
| 흐린 날의 궁시렁 (0) | 2019.10.02 |
| 눈이 깊어지는 과정 (0) | 2019.09.18 |
| 특별함으로 대체할 수 없는 평범한 일상의 빈 공간 (0) | 2019.09.10 |
| 위기와 유머 (0) | 2019.09.10 |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