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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와 쓰기

짬과 책

가난한선비/과학자 2020. 2. 18. 02:37

짬과 책.

약 30분 내외의 짬이 날 때면 보통 이 어정쩡한 시간에 대체 뭘 할 수 있겠냐며 하릴없이 스마트폰을 켜거나 잡담을 하거나, 아니면 그냥 멍 때리고 있기 쉽다. 그럴 때 나는 손에 책을 든다. 내가 길들인 후회하지 않는 몇 안 되는 습관 중 하나다.

나는 어딜 가나 책을 가지고 다닌다. 예전엔 뭔가 들거나 메고 다니는 것을 워낙 싫어했었지만, 손에 책을 들고나서부터는 아주 오래 전 아내가 쓰던 갈색 키플링 가방을 들고 다닌다. 내 가방 안에는 열쇠와 지갑, 두통약과 혈압약, 그리고 펜과 책이 들어있다.

책은 보통 한 권이나 두 권을 들고 다니는데, 짬이 나는 시간에 따라 즉흥적으로 읽고 싶은 책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고 싶을 때가 있고, 내가 속한 독서 모임 세 군데에서 늘 읽고 있는 철학이나 신학 관련 책을 계속해서 읽고 싶을 때가 있다.

여전히 알라딘 us 홈페이지에는 보관함과 장바구니에 수십 권의 책이 담겨있다. 오늘 마침 보관함에 담긴 책 중에 중고책이 가능한 몇 권의 책이 나와서, 이게 웬일인가 하며 곧장 장바구니로 담았다. 그러나 결국 결제 버튼을 누르진 못했다. 벌써 책장엔 내 손길을 기다리는,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이 수십 권이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그것들이 외치는 것 같았다. “야. 난 모야? 나 먼저 읽어!”

늘 이런 흥분과 죄책감 사이를 오가며 책 구경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다. 올해는 어차피 다독은 글렀으니 책 구입은 당분간 좀 미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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