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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참 좋은 사람인데 어찌 저런 짓을..."

가난한선비/과학자 2020. 3. 18. 03:16

"참 좋은 사람인데 어찌 저런 짓을..."

타자의 성품을 평가할 때 우린 그 사람의 지성적인 면을 흔히 간과하곤 한다. 인간성이 좋다느니 성격 참 좋다느니 하며 마음 문을 활짝 열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하기 힘든 것들도 별 거리낌 없이 털어놓곤 했던 사람이 어느 날 생긴 사건이나 사태에서 예상치 못했던 전혀 새로운 모습을 보이게 될 때면, 우린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된다. 한 사람 안에 있는 좋은 성품과 반지성의 절묘한 공존.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그 동안 생각해왔던 '좋은 성품'에 대한 정의가 바뀔지도 모른다. 아니면 지성과 반지성의 경계를 조금 더 느슨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아마도 대부분은 이 둘 사이를 오가면서,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 낯선 황당함에 노출되고는, 치유되지 않는 상태로 그저 시간에게 상황을 의탁하며 넘어가지 않을까 싶다. 사실 나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상황을 만날 때마다 항상 어색하고 물음표만 머리 속에 맴돈다. 빨리 잊혀지길 기다릴 뿐이다.

그러나 여러 번 비슷한 상황에 노출되게 되면 잊혀질래야 잊혀질 수 없고 오히려 증폭되어 마음과 생각을 잠식하게 된다. 무언가 답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태가 된다. 가치관과 세계관의 변화가 문턱에 이르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그냥 모든 사람이 불완전하다는 이유로 '뭐 나도 다를 거 없지...'하며 또 넘어가야 할까. 아니면 그 사람의 반지성적인 면을 계몽시키려고 지혜로운 방법을 동원해서 작전을 잘 짜야 할까. 그렇게 하면 오지랖을 떠는 게 되지 않을까. 내가 뭐라고 저 사람을 가르치려 든단 말인가. 아니, 그래도 그렇지, 저건 너무 한 거 아니야? 사람 다시 봐야겠어. 마음을 함부로 주면 안 되겠어.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지. 아니야, 뭔가 사정이 있을 거야. 묻진 않겠어. 겁이 나. 진실을 알게 될까봐.

언제나 이런 갈등 속에서 상황은 흘러가버린다. 과연 좋은 성품이란 무엇일까.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그저 그 사람의 친절하고 온화한 첫 인상에 그치면 안 될 것이다. 평상시의 수준 높아 보이는 인격도 어쩌면 그저 가진 자의 여유나 본인도 모를 정도로 반지성이 생활화되어 자신의 성품과 절묘하게 평형을 이룬 상태일지도 모른다. 타자를 함부로 혐오하거나 배제하는 것도 문제지만, 타자를 함부로 좋아하거나 존경하는 것도 문제일 수 있겠다. 그런 사람들은 사람들의 비슷한 반응을 익히 알고 그 시선을 양식 삼으며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겉모습과 행동거지만으로 판단하지 말자. 두리둥실 은근슬쩍 넘어가는 사람이 어쩌면 좋은 성품이나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가 아닌 양의 탈을 쓴 기회주의자이거나 중도주의자일 가능성도 있다. 답은 영원히 모를 것이다. 좀 더 현명해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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