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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마음: 넓이가 있는 공간

가난한선비/과학자 2021. 5. 13. 15:23

읽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정작 읽히기 시작하면 이내 다른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낱낱이 다 읽히진 말았으면 하는 마음. 감춰졌을 땐 드러나길 원하고, 드러나면 감춰지길 원한다. 나는 오늘도 이 두 영역의 미묘한 경계에 서려고 한다. 어떤 날은 그 경계가 너무 감춰짐 쪽으로 치우친 것 같아 속앓이를 하다가도, 또 어떤 날은 너무 드러남 쪽으로 치우쳐 불안하기만 하다. 돌이켜보면 한 번도 그 경계 위에 서 있던 적이 없는 것 같다. 아마도 그 경계는 선과 같아서 보이긴 하지만 넓이를 가지지 않나 보다. 그래서 눈으로 확인은 가능하지만 마땅히 설 자리가 없어 언제나 불안 가운데 놓이게 되나 보다. 불안이란 설 수 없는 곳에 서려고 애쓰는 마음에 깃드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굳이 경계를 짓고 그 위에 서려고 하지 않으면 된다. 모든 게 나로 가득한 기준 따위 유념하지 않으면 된다. 대신, 읽으려고 하는 마음을 가지면 된다. 나로부터 벗어나 타자와 함께 하는 공간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나를 벗어나 남을 향하는 마음 위에는 둘이서도 넉넉히 설 수 있는, 넓이를 가진 공간이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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