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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일상: 작은 지혜의 불완전한 조각, 변화의 힘

가난한선비/과학자 2021. 4. 25. 12:27

일상: 작은 지혜의 불완전한 조각, 변화의 힘.

우리는 어떤 강렬한 사건이 가져다주는 커다란 지혜가 아닌, 아주 작은 지혜들의 불완전한 조각들에 의해 성장한다. 큰 사건 사고를 겪고 그것으로부터 마치 삶이 180도 바뀐 것처럼 말하는 사람을 나는 그리 신뢰하지 않는다. 물론 그것은 강력한 동기가 되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아무리 강렬한 인상을 남긴 사건 사고도 인간의 망각 능력을 넘어서진 못하는 법이다. 그런 것들도 시간이 지나며 잊혀지고 결국 인간은 자신의 삶을 이끌고 있는 관성에 다시 지배당하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어떤 큰 사건 사고로부터 엄청나게 중요한 교훈을 얻은 뒤 그것으로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이야기를 해대는 것은 자기계발서에나 나올법한 자기 자신의 성공신화 혹은 영웅담을 꾸밀 때 가장 큰 반전의 순간으로 삼는 장치일 뿐이다. 사람은 그런 식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인지하지도 못하는 작은 습관들에 의해서, 생각한 대로가 아닌 살아온 대로 살아가는 존재인 것이다. 큰 사건 사고로 인해 각성이 되었을지는 모르나 그것만으로 삶은 바뀌지 않는다. 그 이후의 일상에 오히려 무게중심이 있다. 큰 지혜를 자신의 작은 일상으로 가져와 조금씩 적용시키려고 애쓰는 숱한 나날들이 우리를 조금이나마 바꾸는 것이다. 우리는 일상보다는 뭔가 그럴듯한 뭔가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커다란 사건 사고가 더 큰 힘이 있다고 부지중에 믿는 구석이 있다. 그런데 이건 아마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야 그럴듯하게 보이기도 하고, 설명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변화의 힘은 일상에서의 애씀에 있다. 습관과의 싸움에서,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야 겨우 얻을 수 있는 열매가 바로 자기 변화인 것이다. 그 싸움에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얻는 작은 지혜의 조각들을 맛보면서 말이다. 이러한 지난함 가운데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간신히 성장하곤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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