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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와 쓰기

읽고 쓰기, 살기, 그리고 사랑하기

가난한선비/과학자 2022. 4. 20. 11:35

읽고 쓰기, 살기, 그리고 사랑하기

읽고 쓰는 시간을 줄였을 뿐 없앤 건 아니다. 아니, 난 없앨 수 없다. 이미 나는 그럴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린 탓이다. 나는 읽고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진정 바라는 게 있다면, 읽고 쓰는 행위로 인해 자기기만이 아닌 자기 객관화로 점점 더 나아갔으면 하는 것. 읽기와 쓰기를 통해 진정한 자존감이 아닌 허영 가득한 자존심만 더 세지고, 타자를 향하기보다는 점점 더 자신에게 함몰된다면, 그 읽기와 쓰기는 허세에 다름 아니다. 자신의 허영을 위해 읽고 쓰는 사람이 아닌 자기 객관화를 통해 분별력을 가지고 삼찰 (관찰, 성찰, 통찰)을 할 수 있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이런 면에서 보면, 적어도 내가 아는 바로는 읽고 쓰는 건 품위 있는 행위이며 그것을 온전히 지키는 행위이다. When they go low, we go high.

아껴두었던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 하나를 어젯밤 다 읽었다. 요즘엔 많으면 하루에 한 시간 정도밖에 책 읽을 시간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열린책들 판으로 약 600페이지 분량의 책을 읽는데 며칠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읽다가 깨달았다. 아, 나는 도스토예프스키를 사랑하는구나, 그의 작품을 단순히 책으로만 대하는 게 아니라 한 존재로 여기는구나. 한 작가의 작품을 쭉 읽어나가다 보면 아무래도 작품만이 아닌 작가 자체를 대면하게 된다. 그 작가의 삶 속으로 시간 공간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 쉽지 않은 멀고 낯선 길을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떠나는 것. 어찌 사랑 없이 가능할까. 단 한 번뿐인 인생,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만도 값진데 나는 이렇게 여러 작가를 사랑하게 된 걸 보면 나는 참 값진 인생을 사는 것 같다. 누누이 말하지만 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것들에 진리가 숨어 있다고 믿는다. 어제 마친 책에 대한 감상문은 곧 쓸 예정이다. 도스토예프스키 전작에 대한 감상문이 완성되는 건 언제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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