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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와 쓰기

문학을 읽는 한 가지 이유

가난한선비/과학자 2022. 7. 27. 08:54

문학을 읽는 한 가지 이유

우리가 어떤 글에 끌리는 건 글이 담고 있는 정보 때문만은 아니다. 특히 그 글이 문학에 속한다면 더 그렇다. 우리는 글이 담고 있는 글쓴이의 목소리, 혹은 문체, 혹은 톤에 이끌리고 마음 문을 열게 된다. 그 글이 전달한 건 지식이 아닌 느낌이라고 할 만한 그 무엇이다. 공감이라고 해도 좋고 위로나 자발적 깨달음 (가르쳐진 깨달음이 아님을 유의)으로 표현해도 좋을 것이다. 글은 결국 사람을 소환한다. 우린 글을 읽으며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이는 글에 글쓴이의 진정성이 담겨야만 하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겠다. 

해박한 정보들로 가득 찬 글의 유용성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수긍할 것이다. 우린 그런 책을 통해 배움과 교훈을 얻는다. 글쓴이의 의도대로 독자가 반응한 것이다. 그러나 문학에 속한 글은 유용성이라는 잣대로 가치를 매기기 힘들다. 나는 유용성을 목적으로 하거나 유용성만 가진 글은 의무적인 일이 아니고선 더 이상 읽고 싶지 않다. 그런 글은 지식의 축적을 위해 존재 가치가 충분하고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텍스트가 아닌 동영상으로 전환되어도 충분한, 아니 어쩌면 더 효율적인 기능을 담당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학적인 글은 텍스트로만 표현 가능하다. 텍스트 안에 담긴 글쓴이의 목소리는 실제 글쓴이가 동영상으로 그 텍스트를 낭독한다고 해도 대체될 수 없는 그 무엇이기 때문이다. 읽히는 텍스트와 들려지는 텍스트는 아무리 저자가 같다고 해도 다른 목소리로 들려지는 법이다. 

상상력. 그렇다. 이 단어가 가장 무난하게 문학적인 글의 가치를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문학적 상상력은 정보전달의 유용성과는 별개로써 읽는 이의 머리를 자극하고 마음을 울린다.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지만 이성을 사용할 수 있을 뿐 현실에서 이성적으로만 행동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일상을 움직이는 힘의 무게중심은 의식이 아닌 무의식, 생각이 아닌 습관에 있다. 우린 생각한 대로 살지 않고 습관대로 산다. 우리가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식의 축적이 우리의 실제 삶을 변화시키진 못한다. 삶의 변화는 이성의 영역 저 너머에 존재하는, 인간만이 가진 그 무엇을 건드릴 때만 가능하다. 어지간한 의지로는 불가능하기에 소위 사람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말도 심심찮게 들리는 것일 테다. 이런 면에서 문학은 의식이 아닌 무의식, 생각이 아닌 습관, 즉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에 스며들기 때문에 박사학위 소유자가 쓴 지식 전달을 위한 두꺼운 교과서가 해낼 수 없는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문학적 상상력은 수동적인 지식의 축적이 아닌 우리 일상을 다시 바라보게 해 주고 (관찰), 그로 인해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해 주며 (성찰), 삶 전반에 대한 재해석을 가능하게 해 준다 (통찰). 그렇다. 관찰과 성찰과 통찰, 이 삼찰이야말로 문학만이 해낼 수 있는 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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