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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은 것과 얻은 것
직업을 막론하고 일주일에 책 한 권 읽을 수 있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내가 그들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은 생각할 때마다 감사하다. 무엇보다 이런 습관은 물리적인 시간이 많다고 해서도, 의지가 강하다고 해서도 쉽게 얻어낼 수 없는 일상의 열매라고 믿기 때문이다. 무대 위가 아닌 무대 아래에서의 열매. 인생의 후반전에 들어서면서 점점 더 주목하게 된다.
잃은 것도 있다. 시력이다. 다독의 결과 상대적으로 노안이 빨리 찾아온 것 같다. 안경을 두 개 사용한 지 벌써 3년 째다. 노안 용 안경이 없으면 가까운 거리에 있는 작은 글씨에 초점을 맞추기가 어렵다. 스마트폰으로 긴 글을 보는 것도 점점 더 어려워진다.
이런 질문이 생긴다. 그렇게 노안을 재촉하면서까지 책을 읽어야만 하냐고. 그럴 가치가 있냐고. 잃은 것과 얻은 것을 저울에 놓으면 어느 것이 무게가 더 많이 나갈 것 같냐고.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다른 선택을 할 마음이 있냐고.
현재로선 이 모든 질문에 나는 나의 선택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입장이다. 책이 나에게 준 지식이나 깨달음 때문이 아니다. 책을 읽고 나누고 쓰는 과정 중에 얻게 되는 만남의 축복 때문이다. 우연인 것처럼 보이는 여러 사람들과 여러 상황들과의 만남의 무게중심을 살짝이라도 움직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말이다.
읽고 쓰면서 알게 된 것 한 가지는 과정의 중요성이다. 목표 성취가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되겠지만, 그것이 인생의 목적이어선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성취도 과정 중 일부라는 사실. 목적도 과정 중 하나라는 사실. 결국 모든 인생이 과정이라는 사실. 과정의 중요성이란 과정의 정의를 달리 하는 것이다. 나는 거기에 ‘모든 것’이라는 정의를 추가하게 된다. 그러면 끝이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는 축소되기 마련이고 그것이 가진 마력은 상실된다. 나는 이런 역전이 참 즐겁다. 공부의 긍정적인 효과일 것이다.
잃은 것도 얻은 것도 모두 과정 중 일부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나 자신의 과거를 질책하는 내 안의 나와 화해하기로 한다. 나는 오늘도 길 위에 있다. 내가 겸허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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