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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꼬치
해질 무렵 타슈를 타고 우리가 향한 곳은 양꼬치 전문점이었다. 차를 끌고 가자니 가까운 거리인데도 교통량이 많아 30분 이상 소요된다고 네이버 지도가 알려주던 차였다. 그럴 바엔 자전거를 타고 가자고 아내가 제안했고 아들과 나는 그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던 것이다.
퇴근 시간이 겹쳐서인지 정말 차가 많았다. 차를 끌고 나오지 않길 잘했다 싶었다. 특히 신호에 걸려 꼼짝도 못하는 벤츠와 비엠더블유를 유유히 앞지르며 나아갈 땐 일종의 우월감도 느낄 수 있었다. 살짝 생각을 달리 하고 그것을 실천에 옮기기만 하면 의외로 많은 경우 만족과 해방감을 만끽할 수 있는 것 같다. 편리함을 선택한 자가 자신이 선택한 럭셔리한 우물 안에 갇혀 불평과 불만을 해대는 시간, 불편함을 사수한 자는 탁 트인 공간을 자유로이 오가며 주위 풍경도 맘껏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때론 우회하는 길이 빠른 법이다. 아, 이 묘한 쾌감. 나는 갈수록 이런 역전된 상황을 더 고대하게 되고 즐기게 되는 것 같다.
양고기를 처음 먹는 아들은 첫 입부터 맛있다고 쩝쩝댔다. 호불호가 분명한 양꼬치 양념도 싫어하지 않았다. 굽는대로 아들 입으로 족족 흡수되느라 사라져가는 꼬치를 바라보며 나는 일인분을 더 추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도 좀 먹고 싶었다.
사이다를 벌컥벌컥 들이키던 녀석은 때마침 배가 부르다며 잠시 전선에서 물러났다. 기회다 싶어 꼬치 맛 좀 보려는 순간, 세트 메뉴에 포함되어 있던 꿔바로우가 나왔다. 큼직하게 여러 조각이 나와 먹음직스러웠다. 집게로 집고 가위로 잘라 먹기 편하게 만들었다. 아들은 두어 점 맛을 보더니 꼬치보다 맛이 없다며 젓가락을 다시 내려놓았다. 나는 속으로 살짝 다행이다 싶어 뀌바로우를 공략하는 순간 꼬치가 다 구워졌다. 그런데 아들 녀석이 그때 재가동된 것이었다. 이 기가 막힌 타이밍. “어 그래, 우리 아들, 많이 먹어.” 결국 어제 아내와 난 꼬치는 조금밖에 먹질 못했다. 예상 밖의 난항이었다. ㅋㅋ
새벽부터 일어나 무궁화호 하행선을 타고 가는 길이다. 지금은 기차 안. 아들과 아내는 벌써 꿈나라다. 나는 밝아오는 아침을 맞이하며 또 이렇게 붓을 들었다. 이틀 간의 여행. 넉넉한 마음으로 현재를 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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