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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인생, 그 초월적인
매사에 애착을 가지지 못하는 자의 눈은 흔들리는 법이다. 그렇다면 삶의 애착은 누구의 몫일까. ‘나그네 인생’을 사는 사람과 정착민의 삶을 사는 사람 중 누가 더 불안에 자주 노출될까. 인생이란 정착을 향하고 그것을 위해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과 인생은 떠남과 정착의 무한반복으로 이뤄진다고 믿는 사람 중 누가 더 불안에 많이 잠식될까.
‘나그네 인생’의 방점은 허무주의에 천착한 인생이 아닌 매 순간 작은 환대에도 감사하는 삶에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곧 더 좋은 곳으로 옮겨 갈 수 있을 것처럼 그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의 현재 삶에는 감사가 깃들기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더 좋은 곳으로 가길 바라는 마음을 갖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허름한 임대 아파트에 살더라도 삶에 애착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조심스레 말하고 싶을 뿐이다.
‘나그네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의 눈은 불안하지 않다. 흔들리지 않는다. 삶의 불확실성을 알지 못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삶이 불확실해서 감사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삶이란 원래 불확실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만이 삶에 감사할 수 있고 삶에 애착을 가질 수 있다. 짧은 순간, 잠시 스쳐 지나가는 장소라 할지라도 소박한 마음으로 그 시간 그 공간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 현재를 노래할 줄 아는 사람. 나그네 인생은 체념이 인생이 아니다. 나그네 인생은 초월의 인생이다. 더 깊은 눈의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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