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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faith

악인과 함께 숨 쉬면서 정의를 행하기

가난한선비/과학자 2023. 9. 27. 09:34

악인과 함께 숨 쉬면서 정의를 행하기

그들은 말을 아꼈다. 상대방을 배려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지나치게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이 쓰는 방법은 어딜 가나 동일했다. 직접 말하지 않는다. 뒤에서 특정 인물의 이름을 거론하지도 않고, 특정 행동에 대해 객관적인 비판도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해당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축이 된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말하지 않고 말하는 법, 그러니까 사람의 생각 속에 혹시나 하는 부정적인 가능성을 귀신 같이 찾아내어 그들에게 다가가 자극시키고 활성화시키고 증폭시켜 그것이 마치 사실인 듯 스스로 믿게 (넘겨짚게) 만든다.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이다. 나는 이들을 악마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들의 논리는 철저히 무논리로 이루어져 있다. 그들은 공식적으로는 한 번도 부정적인 말이나 특정 인물이나 행동에 대해서 구체적인 말을 퍼뜨린 적이 없는 셈이 되고, 이것은 그들이 늘 바라는 바다.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소기의 목적을 백 퍼센트 달성하는 것. 이들에게선 마치 도스토옙스키의 ‘악령’에 등장하는 스따브로긴의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이들은 인간의 어느 집단에 가도 한두 명씩은 꼭 존재한다. 텃세를 부리거나 관습에 얽매어 있지만 그것이 그들에겐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진리이자 법이기 때문에 그들은 그들의 객관적 좌표를 알 리가 없다. 그러면서 그들은 항상 상석을 차지하고 그것이 당연한 듯 여긴다. 어지간한 파워 게임으로는 이길 수 없다.

가장 먼저 근절해야 하는 부류들.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 이런 인간들이 척척 제거가 되면 좋겠지만, 인생의 절반 이상을 살아가고 있는 경험에 비추어볼 때 끈질긴 생명력은 이들의 핵심 캐릭터 중 하나다. 그들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악인의 종국은 파멸이라 믿지만 내가 육신을 입고 있을 때 그것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악인을 제거하거나 퇴출시키는 데에 혈안이 되기 보다는 그들과 어떻게 지낼지가 관건이다. 악인과 함께 하면서 불의에 휩쓸리지 않고 정의를 행하며 희망을 버리지 않고 감사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것. 나는 여기서 인간의 한계를 보고, 하나님을 의지할 수밖에 없으며, 하나님이 직접 인간의 몸을 입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보여주신 예수를 따르는 길에 서 있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부류로 변모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여전히 악인의 모습은 내가 될 수 있는 한 가지 가능성으로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어둠을 알아야 빛의 존재를 아는 법. 빛에 속하기 위해선 어둠의 존재를 알아야 하는 법. 중요한 건 나의 현재 좌표가 어둠인지 빛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줄 아는 분별력과 끊임없이 빛으로 나아가길 원하는 성실한 지속과 그러면서 포기하지 않고 기쁨과 감사로 살아갈 수 있는 믿음과 소망과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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