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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faith

흔들림 없는 신앙

가난한선비/과학자 2023. 10. 13. 19:17

흔들림 없는 신앙

흔들림 없는 신앙은 어려움이 닥쳐와도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된다. 그런 신앙은 누구나 갖고 싶어 한다. 그런데 어떻게 그걸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 것 같다. 하나는 단 하나의 체제만이 진리인 것처럼 믿고 따르게 만드는 방법이다. 엄연히 다른 체제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혼란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심산 (배려일까???)으로 의도적으로 사람들에게 다른 존재들을 숨기고 하나만을 알려주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다양한 체제들의 존재를 배제하지 않고 오히려 하나의 체제만을 따를 때 빠질 수 있는 경솔한 확신에 대해 주의를 주는 방법이다. 이는 다양성에 노출될 때의 혼란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기 때문에 어차피 거쳐야 한다면 경솔한 확신이 생기기 전이 가장 적절한 시기라는 판단을 전제로 한다. 당신은 이 두 가지 중 과연 어느 것이 궁극적으로 흔들림 없는 신앙을 가지기 위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는가.

다양성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전자의 방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 사실을 은폐해야 하는 불필요한 작업이 수반된다. 이 거짓과 위선과 폭력이 동반될 수밖에 없는 작업은 크게 두 가지로 이뤄진다. 첫째, 존재하는 것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하는 것. 둘째, 존재하는 것을 부인하진 않지만, 그것은 곧 죄의 열매라거나 존재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 즉, 무시하기와 악마화하기라고 압축할 수 있겠다. 사람들의 이동이 불가능하거나 힘들었을 과거엔 이 방법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비행기가 날아다니고 인터넷이 세계 곳곳에서 가능한 이 시대에도 과연 이 방법이 작동할 수 있을까. 설사 어느 정도 작동할 수 있다고 해도 과연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까. 그리고 궁극적으로, 그렇게 한다고 해서 과연 흔들림 없는 신앙이 가능해질까.

흔들림 없다는 말은 고지식하고 옹졸하고 편협하다는 말과 동의어가 아니다. 존재하는 다양성을 무시하거나 악마화해서 하나만 고집하는 것은 순수한 게 아니라 미성숙한 것이며 무식과 무지의 열매일 뿐이다. 또한 흔들림 없는 신앙이라는 실체도 그것을 심어주려는 사람의 사적인 신앙과 동의어가 되어선 안 된다. 신앙은 클론일 수 없다. 예수를 공통분모로 하지만 각기 연주하는 악기가 다른 오케스트라의 모습이지 않을까 한다. 기독교 신앙은 제창이 아닌 합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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