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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스냅샷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을 붙잡아두는 일. 내가 글쓰기라 부르는 일이다. 나는 이 행위에 대해 일종의 부채감을 가지는 것 같다. 그 누구도 요구한 적 없었다. 이런 것을 자처하려고 한 적도 없었다. 다만, 운명이랄까, 사명이랄까 하는 무언의 책무를 느낀다. 내가 글을 써야 하는 사람이라고 믿게 된다. 단순히 글쓰기를 좋아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내 글쓰기의 팔 할이 절박함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설명할 수도 없다. 기록하고 남기는 행위로부터 나는 신성한 그 무엇을 감지하는 듯하다. 마치 사진사가 추억의 한 장면을 스냅샷으로 남기듯, 나는 기억의 순간들을, 그 찰나들을 글로 남기려 한다. 특정한 목적이 있지도 않다. 그냥 그렇게 해야 한다고 느낄 뿐이다. 그 부름에 순응할 뿐이다. 아, 내가 남길 글들은 어떤 색을 띠고 어떤 맛을 내며 어떤 냄새를 풍길까. 사람들에게 그분의 그림자 한 조각이라도, 아니 그 흔적만이라도 느끼게 할 수 있을까. 내 기억의 스냅샷이 남기는 게 결국 나 자신뿐이라면 그건 찢어버려야 할 사진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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