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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여기에 있는가?'

크리스토퍼 라이트 저, 강남숙-박은정-상지영-이지성 고쳐 엮은 '하나님 자녀들의 선교'를 읽고

미천하지만, 여태껏 공부한 신학적 지식들은 두 신학자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 크리스토퍼 라이트와 김근주 교수. 두 신학자의 글엔 공통점이 꽤 많다. 구약을 포함한 성경 전체와 하나님 나라와 예수의 복음에 대한 시선이 굉장히 흡사하다. 매일 같이 신학책과 성경을 읽으며 내적 갈증을 해소하려고 애쓰던 그때 나에게 이 두 신학자의 책들은 생수와도 같았다. 그중 딱 한 권만 추천하라고 하면 나는 망설임 없이 크리스토퍼 라이트의 '하나님 백성의 선교'를 고른다. 지금은 절판된 '구약의 빛 아래서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이라는 책을 읽은 직후에 읽고 또 읽었던 책이다. 그렇게 치열하게 읽던 그 시절을 떠올리면 지금도 눈물이 날 것 같고 그때 받았던 큰 은혜에 감사와 찬송을 하나님께 드릴 마음으로 금세 충만해진다. 가장 갈급하고 곤고했던 시기에 가장 큰 은혜와 사랑을 받았다. 그때 나와 함께 했던 책 중 하나가 바로 '하나님 백성의 선교'였다. 아직도 나에겐 이 책이 던지는 커다란 질문, 즉 '우리는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여기에 있는가?'가 가슴을 뜨겁게 한다.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사명에 대해 심사숙고하게 되기 때문이다. 

IVP에서 몇 달 전 이 책에 대한 청소년 버전을 출간했다. '하나님 자녀들의 선교'라는 제목인데, '백성' 대신 '자녀들'을 썼다. 의미는 같으나 뉘앙스가 다르게 느껴지는데 청소년을 향한 책이라는 게 잘 느껴져서 잘 잡은 제목으로 보인다. 

그동안 여러 사람에게 '하나님 백성의 선교'를 추천하곤 했는데, 솔직히 읽기가 쉬운 책은 아니라서 (분량이나 난이도 면에서) 추천받은 분들이 실제로 읽은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조금 쉬운 버전으로 나오면 좋겠다 싶은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마침 이렇게 청소년 버전으로 책이 출간된 것이다. 내가 먼저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고 이틀 만에 다 읽어버렸다. 

원작으로부터 내가 받은 감동이 남달라서 그런지, 너무 쉽게 풀어써서 그런지, 혹은 나에게 더 이상 새로운 내용이 아니라서 그런지 '하나님 자녀들의 선교'는 내겐 기대 이상으로 평이하게 다가왔다. 크리스토퍼 라이트의 매력적인 글쓰기가 너무 희석된 느낌이랄까. 신학책이 공과공부책으로 변해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원작을 옆에 두고 비교해서 살펴보니 내용적인 면에선 요약을 잘한 편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지 크리스토퍼 라이트의 냄새가 빠졌다고 하는 게 적절한 표현 같다는 생각이다. 

요즘에도 가족과 9시-10시 사이에 성경을 서너 장씩 매일 읽어나가고 있다. 벌써 4년째인데 3독을 완료하고 이제는 읽고 싶은 성경만 골라서 읽어나가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하나님 자녀들의 선교'는 총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 장을 소리 내어 읽으면 5분 정도 걸릴 것 같다. 성경 읽는 시간을 조금 떼내어 이 책을 함께 읽어나가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아내와 아들의 반응이 어떨지 기대가 된다.

#IVP
#김영웅의책과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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