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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묵상가
한동안 잊고 있었다. 작년 여름에 이종연 편집장님으로부터 선물 받은 헨리 나우웬의 '제네시 일기'를 매일 조금씩 읽다가 겨울 즈음에 다른 책들에 파묻힌 이후 잊고 있었다. 오늘 저녁, 보름 간의 책태기를 벗어나면서 책들을 정리하다가 다시 이 책을 발견했다. 가름끈은 9월 24일, 25일, 26일 일기가 적혀 있는 페이지 사이에 놓여 있었다. 24일 일기는 아주 짧았다. 헨리 나우웬이 존 유드 신부와 의견을 나누다가 진정한 묵상가에 대해 사유한 것을 적고 있었다. 내겐 어떤 메시지 같았다. 기념하고자 여기에 옮겨본다. 208페이지 맨 아래 놓인 문장이다.
"진정한 의미의 묵상가는 자기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속세를 등지는 게 아니라 세상으로 뛰어들어 그 중심에 서서 하나님께 기도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무릎을 탁 치며 전적으로 공감이 되었다. 우리 주위에 거짓 묵상가들이 얼마나 많은지 곰곰이 생각할 수 있었다. 자기만의 평안을 위해 세상을 등지고 성경 속으로 교회 속으로만 들어가 꽁꽁 문을 걸어 잠그고 자신의 묵상이 얼마나 고결한가 자랑하듯 말과 글로 내비치는 자들이 떠올랐다. 내가 한때 교회를 떠나게 될 때에도 바로 그런 자들의 위선이 한 몫을 단단히 했다는 사실도 떠올랐다. 피스 메이커가 아니라 피스 키퍼들이 저지르는 이기적인 위선이 나는 너무나도 싫었고 그들이 교회 안에서 믿음 좋고 신앙 좋은 사람으로 비쳐지는 꼴이 정말 보기 싫었다.
진정한 묵상은 진공 속에서 나오지 않는다. 세상 속에 있지만 세상 속에 있지 않은 그리스도인으로부터 나온다. 묵상의 말과 글이 중요한 게 아니다. 묵상가의 정체성과 위치가 메시지다. 묵상이 아닌 묵상가, 말과 글이 아닌 사람이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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