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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철학_’엠마뉘엘 레비나스, 향유에서 욕망으로’를 읽고
존재, 타자, 관계
이 챕터를 다루는 저자에 따르면, 레비나스의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하이데거 철학에 대한 선이해가 필수인 것 같다. 그래서일까. 하이데거를 곁눈으로 훑은 나로서는 레비나스를 서른 페이지로 소개하는 이 챕터를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마치 까막눈이 된 것 같은 심정이었다.
다만 저자가 소개해준 대로 레비나스가 유대인이며 홀로코스트를 간접적으로 경험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할 때, 레비나스가 하이데거와 달리 존재 고통의 원인이 존재가 자유로 인해 제한되기 때문이 아니라 존재 자체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이데거가 존재의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초월을 말했다면, 레비나스는 아예 자기 자신에서 벗어나기 위한 초탈을 말했다는 점도 얼추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아무리 자유가 주어져도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더 나은 내가 되어도 나는 나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자기를 초탈하는 것이 곧 절대 타자에 대한 갈망이라는 점부터 막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이 인간의 근본 욕망이라는 것에서 나는 더 이상 따라갈 수 없었다. 존재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초탈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존재자가 존재로부터 분리되어야 하는데, 이것을 존재 정복 사업이라고, 다른 말로 향유라고 한다는 것을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존재 정복 사업을 실행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인간은 자기 중심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인간은 결국 자기 중심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존재 정복 사업은 자기 중심적이지 않고 타자 중심적으로 되어야 한다는 레비나스의 논리도 이해할 수 있었다. 레비나스의 타자론이 여기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되는 것 같았다.
레비나스는 하이데거처럼 존재와 존재자의 분리를 강조하면서도 하이데거와는 달리 타자와의 관계를 강조한 것 같다. 비록 깊은 이해를 하지 못해 답답한 심정이지만 (사실 그러려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할 텐데 그럴 여유는 없다), '관계'라는 중요한 개념을 존재와 함께 사유한 레비나스의 철학은 어렵지만 제대로 이해하면 꽤 매력적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철학
1. 장 폴 사르트르, 타자를 발견하다: https://rtmodel.tistory.com/2233
2. 몸과 살, 그리고 세계의 철학자, 모리스 메를로-퐁티: https://rtmodel.tistory.com/2240
3. 엠마뉘엘 레비나스, 향유에서 욕망으로: https://rtmodel.tistory.com/2251
#동녘
#김영웅의책과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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