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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사람들

가난한선비/과학자 2026. 9. 14. 15:19

사람들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그것이 내가 몸 담고 있던 익숙한 공동체의 사상에 반한다면 우린 즉각 불편함을 느낀다. 그리고 내가 뭔가 잘못 생각한 게 아닌지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다. 아주 정상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그 이후가 중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스스로 내려놓고 마치 그런 적 없었던 것처럼 행동한다. 따져보지도 않고 관두는 것이다. 마치 그렇게 하는 것만이 올바른 결정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문제는 한 번 이런 일을 제대로 경험하고 나면 두 번째, 세 번째 비슷한 일이 벌어질 때마다 불편한 마음은 증폭되고 불안과 초조함마저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늦었지만 제대로 따져 보면 되는데, 대다수는 또다시 그러기를 주저하고 같은 일을 반복한다. 스스로 악순환 속으로 들어가기를 자처한다.

성장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건이 발생할 때 어떤 이는 성장을 이루고, 다른 이는 성장을 거부한다. 성장을 이루는 이는 익숙한 알을 깨고 나와 낯선 세상에 발을 들이게 된다. 하지만 성장을 거부한 이는 스스로 퇴보의 길을 선택한 꼴이 된다. 이런 부류는 점점 더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나와도 마치 그 객관적인 증거조차 믿기 나름이라는 식으로 생각하여 자신의 주관적인 판단 아래에 두게 된다. 이런 상태에 이른 이들은 더 이상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대화가 불가능한 상태에 이른다. 여전히 지구가 평평하다거나 지구가 6천 년밖에 안 됐다거나 지구가 우주 중심에 있다고 주장하는 자들은 모두 이런 기전으로 이해가 가능하다. 놀라운 것은 그들은 정말 진지하다는 점이다.

그들이 진지한 이유는 그들이 한 차례, 두 차례, 세 차례, 계속 계속 스스로 객관적인 증거들을 자신의 주관적 판단 아래에 두어왔기 때문이다. 그들 역시 지난한 세월 간 그 과정을 거쳐 나름대로의 규칙이 작동하는 세상을 창조해 냈다. 그 거짓되고 위선적이며 자기기만적인 세상 속에 살면서도 마치 아무 문제없고, 심지어 자기들이 더욱더 공동체의 본질을 잘 따르는 사람들이라고 태연하게 자부하는 사람들. 이런 이들을 볼 때마다 나는 점점 더 입을 다물게 된다. 사람이 무섭다고 느끼게 된다.

이런 현상은 비단 어떤 특정한 이론에 국한되지 않는다. 확증편향은 자기 방어적인 기제가 활발히 작동한 결과물이며 그것은 언제나 공동체의 합의와 보호 아래에 은닉한다. 자기만의 고유한 생각을 거세시켜야 하며 이성과 합리는 공동체의 합의보다 언제나 아래에 위치한다. 게토화 된 공동체 안에서만 머물며 거기에서 안정을 취하고 그곳만이 제대로 된 세상인 줄 아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런 방식이 유효하다. 나는 그런 무력한 사람들이 점점 더 무섭다. 가장 평범하고 가장 정상적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은 경우 이런 부류에 속한다는 점은 정말 공포스럽다. 그들의 태연하고 천진한 눈을 볼 때마다 나는 개인의 광기를 초월한 집단 광기를 느낀다.

미친놈처럼 보이는 사람이 차라리 안 무서울 것 같다. 가장 안 미친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가장 광기 어린 사람일 때 나는 가장 큰 공포를 느낀다. 놀라운 건 정작 당사자는 그걸 모른다는 점이다. 이것은 나를 두 번 공포로 내몬다. 사유하지 않고 휩쓸려가는, 그러면서도 자기가 가장 평범하고 안정적인 주류에 속해 있다고 믿는 인간들이 가장 무섭다. 그들의 태연자약함이 무섭다. 그들의 무지와 의지박약이 무섭다. 그들의 순수한 열정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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