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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이맘, 난 아내를 데려다주느라 보스턴행 비행기에 올랐다. 당시 아내는 두 번의 시도 끝에 기적적으로 합격통보를 받았다. 미국 병원에서 공식적으로 레지던트 수련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그 소식이 우리에겐 3년간의 이별을 알리는 일방적인 통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2014년 6월이었다. 웃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할 정도로 내 표정은 굳어 있었다. 가뜩이나 조울증 환자 때문에 실험실에서 맘고생을 하며 거의 반은 정신병자가 되어가는 듯한 삶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아내와 떨어져야만 하고 당시 5살이었던 아들 녀석까지 내가 혼자서 돌봐야 하는 상황을 난 도무지 현실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당시 내 마음과 몸을 가득 채웠던 그 이중적인 기분은 3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도 덜컥 겁이 난다.
어쨌거나 시간은 흘렀다. 먼 미래를 위해 현재를 투자하고 희생하는 것보다 그저 매일 성실히 살아내는 것이 내겐 중요했다. 땅밑으로 꺼질 것 같은 힘에 저항하며 난 하루하루를 견뎌내야 했다.
아내가 졸업을 한다. 이제 8살이 되어버린 아들 녀석과 함께 다시 보스턴행 비행기에 오른다. 그 졸업식은 곧 나의 졸업식이기도 하다. 여느 졸업식과 의미가 다르다. 가슴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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