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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가난한선비/과학자 2017. 8. 4. 02:31

이제 와서 "굳이 교수가 되어야할까?" 라고 묻는다면, 비겁한 질문일까? 합리화일까?


"좀 만 더 해봐!" 하고 격려해 주는 교수 친구도 고맙고, "요즘엔 교수 돼도 앞이 안 보여." 라고 말해주는, 나보다 늙은 포닥 친구도 고맙다. 모두 진심이고, 난 두 가지 모두 100% 동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현실로 돌아오면 잘 모르겠다. 내가 그동안 교수를 꿈꿔왔는지조차 확신이 안 선다.


사이언스가 좋았다. 물론 지금도 좋다. 그것 말곤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기도 하고, 지금 와선 사이언스 말고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이 상상도 되지 않을 뿐더러 가능하지도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두렵기도 하다. 모든 걸 잃어버릴까봐.


열심히 살았다. 특히 사이언스에서는 정말 받쳐주지 않는 상황에서도 견뎌낼 수 있는 의지로 무장했고, 웬만한 과학자들에게 꿀리지 않을 정도로 실력도 갈고 닦았다.


투정부리고자 하는 게 아니다. 그런 시기는 이미 오래 전에 지났다. 다만 난 현실적이면서도 사실적인 생각을 하고 싶을 뿐이다. 너무 idealistic하지도, 너무 realistic하지도 않게 선택과 집중을 하고 싶다.


자책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누구를 원망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럴 시기도 이미 지났다.


일만시간의 법칙인가 뭔가, 암튼 10년을 한 분야에 올인하면 최고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데, 아무래도 그건 진실이 이닌 것 같다. 내가 그 증인이다.


어이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난 과거에 내가 쌓아온 것들과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가지고 미래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정말 하고 싶어하는지 알고 싶다. 사춘기도 아니고 대학생도 아닌데 아직 난 불투명하기만 하다. 내 꿈이 무엇인지, 아니 꿈이란 걸 아직도 이렇게 함부로 말해도 되는 건지조차 잘 모르겠다. 처지에 따라서 한때 그렇게 확신했던 것들을 이렇게 의심으로 바라보게 될 줄은 몰랐다.


일이 잘 풀려 잘 나갈 때도 있었다. 그땐 전혀 몰랐더랬다. 돌이켜보면 그때조차 꿈이 무엇인지, 미래에 어떤 일을 할지 마찬가지로 몰랐던 것 같은데,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니 그 따위 생각은 그저 배부른 선비들이 하는 짓거리 정도로 사치스럽게 생각했던 것 같다. 인간은 정말 단순하다. 앞이 낭떠러지인데 사탕 하나 얻어 먹고, 들고 있던 지도로 작은 길 하나 찾아냈다고 마냥 좋아하기만 한다.


신앙이 있어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른다. 성공지향적 가치관도 많이 버려졌지만, 그러나, 아직도 불투명한 미래를 생각하면 한숨이 나오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오늘따라 나 자신이 참 useless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난 이 과정이 체념이 아니라 초월이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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