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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faith

나눔, 인생의 공적 의미

가난한선비/과학자 2017. 8. 4. 02:49

다 때가 있는 법이라는 말이 듣기 싫었다. 의지와 노력의 결여를 합리화하는 변명이라 여겼다. 그러나 어느덧 나이 마흔이 되고, 그 어른들의 말을 내 고백으로 하는 나를 본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때가 있는 것 같다. (아.. 결국 나도 꼰대로 수렴? ㅜㅜ)


원하는 것도, 열심히 노력하는 것도 모두 점점 부질없이 느껴진다. 해서 뭐하나 싶다. 인생무상이라는 말이 이렇게 가깝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뭔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이라도 없다면 차라리 나을 것 같다. 이것저것 할 줄 아는 내가 참 미련하게 느껴진다. 여러가지를 적당히 할 줄 안다는 말은 곧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해석이 썩 맘에 들진 않지만, 딱히 받아칠 말이 없다. 방어능력 상실이다.


뭔가 많이 가졌던 것이 오히려 짐이 된다는 걸 깨닫는다. 과거 한 때의 영화로움도 그것의 유한함으로 인해 결국 남는 건 무게뿐이다. 더 이상 빛나지도 않는, 돌로 변해버린 금덩어리와도 같다.


그러나 난 “나그네”라는 말을 붙잡는다. 인생무상은 허무함의 결론이자 인간이라는 인생의 관찰자의 결론에 불과하지만, 나그네라는 말은 긍정적인 의미를 가진다. 몰랐는데, 나는 다를 줄 알았는데, 살아보니 결국 허무하더라는 말보단, 원래 주어진 인생이라는 것이 나그네의 운명을 지닌다는 말이 내겐 더 설득력을 가진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인생관과도 통하고 허무함의 끝장으로 치닫지 않아서 좋다.


내 인생도 결국은 사적인 것이 아니라 공적인 삶이라는 생각까지 한다. 내 것은 없다. 개인의 능력과 열정으로 얻어 낸 결과물이나 태어날 때부터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갖게 된 행운도 궁극적으로는 공적인 의미를 가진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그 공적 의미의 실체는 바로, 가난하고 소외되고 열등한 사람들과 함께 하고 나누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나그네의 진정한 의미는 함께하고 나누는 것에 있는 게 아닐까. 아, 처음부터 이런 의미를 알고 살아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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