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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faith

나.

가난한선비/과학자 2017. 8. 4. 02:59

나는 자유주의적으로 사유하기를 좋아하지만, 여전히 보수적인 신앙을 가진 하이브리드다. 비록 주먹구구식이지만, 느지막하게 문학과 철학, 그리고 신학을 조금씩 공부해 나가면서 많은 생각과 묵상을 하게 되었고, 내 안에 뿌리내린 신앙에 의심을 가지고 질문을 하게 되었으며, 그러한 흐름에 따라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의 교제를 통해 신앙과 삶에 대해, 그리고 복음과 하나님에 대해 조금씩 답을 얻어 나가고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가면서 점점 균형 잡힌 하이브리드로 진화 중인 것이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깊숙이 뿌리내린 신앙의 우파적인 것들은 뿌리 뽑아야 할 적폐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좌파적인 생각을 진행할 때 필요한 분별력의 잣대가 되어주기도 한다. 또한, 나름 인생의 쓴 맛을 본 것을 계기로 세상과 자본주의 논리를 전제로 한 성공지향적인 가치관에서 간신히 벗어나, 좌로나 우로 치우치지 않는 하나님나라 가치관에도 점점 눈을 떠 나가고 있다. 나의 가장 큰 관심은 하나님나라와 하나님나라 백성의 삶이다. 신앙과 삶의 일치를 소망하며, 오늘을 그날처럼 살길 소원하는 일개 그리스도인이다.


페북을 직간접적으로 통하여 많은 그리스도인들을 만난다. 한 번도 대면해 보지 못했지만, 그들의 글과 사진을 통해 마치 그들을 잘 아는 것 같은 착각과 오해 속에 빠지기도 한다. 사람에 대해 마음 문이 열리기도 하고 닫히기도 한다. 기대와 실망을 오가며 많은 사람들이 지나쳐 간다. 결국 페북도 세상의 한 모습이고 나는 외로운 나그네일 뿐이라는 결론에 다다르는 데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인간의 복잡성과 한계를 보았고, 그들을 비난하는 자들 가운데 있다가도 그 비난하는 자를 비난하는 무리에 속하기도 했다. 나름의 의로움을 드러내고 싶었고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할 땐 적잖은 위로도 받았다. 그러다가 나 역시 애초에 비난 받았던 그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허무함도 많이 느꼈다. 의로움을 부르짖지만, 그 의로움의 중심에 자기자신의 의가 숨어 있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 관점의 큰 틀이 같다고 해서 그 아래 세부적인 것이 항상 같지는 않다는 엄연한 사실도 새롭게 깨달았다. 옳음과 그름을 판단하며 서로의 선택을 격려하지만, 기준이 불분명한 채로 많은 것들을 합리화하며 결국은 진영 논리로 가버리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많이 느꼈다.


그러나 진흙 속에서도 진주는 있는 법,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나와 방향이 같은 사람들을 몇몇 만나게 되었다. 물론 나와 방향이 같다고 해서 그들이 진실하다거나 올바르다고 단정지을 순 없을 것이다 (이는 나 자신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적어도 그들은 나의 진화 과정에 있어서 선생님이나 동료가 된다. 지나가버린 99명이 아닌 1명의 소중한 인연. 나도 누군가에겐 그런 존재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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