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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27일 화요일.
Grand Canyon.
여행 둘째 날. 오늘은 하루 종일 그랜드 캐년을 즐기는 날이다. 어르신들은 한결같이 그랜드 캐년이 죽기 전에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은 버킷리스트 중 하나라고 하셨다. 60-70대의 어르신들인데도 어린아이처럼 모두 들뜬 얼굴을 하고 계신다. 괜히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모처럼 효도를 한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셔틀 버스를 타고 마더 포인트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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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tor center를 한 가운데에 놓는다면, 그랜드 캐년은 길이가 다른 양 날개를 가진 모양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 중 우리가 트래킹을 하기로 결정했던 마더 포인트는 두 날개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다. 우린 중심부에서 시작해서 왼쪽 날개로, 셔틀 버스가 blue에서 red로 바뀌는 구간까지 걸을 작정이다. 2시간 남짓 소요되리라 예상한다. 왼쪽 날개는 red 셔틀 버스가 각 구간마다 정차하며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지만, 오른쪽 날개 끝에 위치한 Desert view는 아쉽게도 차가 없으면 갈 수가 없다. 셔틀이 거기까지 가지 않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가장 먼저 보았기 때문인지 개인적으론 가장 멋진 광경이라 생각하는 Desert view는 왼쪽 날개 관광을 끝내고 나중에 차를 끌고 갈 계획이다. 다행히 날씨는 화창하다. 구름 한 점 없다. 높은 곳이라 그런지 후버 댐에서 경험했던 그 숨막히는 대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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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광활한 절벽들과 암석들을 마주하자 부모님들은 탄성을 지르셨다. 소원이 하나 성취된 듯한 기쁨이 전해진다. 연신 우리에게 이런 걸 보여줘서 고맙다고 하신다. 괜히 쑥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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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똑같은 광경을 보고 창조과학자들은 지구의 나이를 문자적으로만 성경을 해석하여 일만년 이하로 믿기로 퉁쳤을지 몰라도, 우리들이 트래킹하면서 본 여기저기에 적혀 있는 숫자는 모두 억년에서 십억년 단위였다. 그것은 어떤 집단의 사사로운 신념을 수호하기 위한 숫자가 아니었고, 과학적으로 검증된 중립적인 결과였다. 그 숫자는 신을 믿든 안 믿든 모든 사람에게 사실을 말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랜드 캐년을 답사하는 창조과학을 옹호하는 사람들 역시 이 트래킹 코스를 걸었을텐데, 과연 그들은 결코 지나쳐 버릴 수 없는 이 숫자들을 볼 때마다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주문을 외웠을까? 아니면, 무신론이나 진화론의 의미를 스스로 뚱딴지같이 부여하여 그 중립적인 숫자들이 적힌 돌판 앞에서 “사탄아 물러가라” 하면서 사탄 결박 기도라고 했을까? 눈 앞에 있는 사실을 애써 부인해야만 하는 그들의 입장을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다. 별의 별 상상을 하고 있자니 내 자신이 우스워진다. 자, 진도 빼자. 지구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이 광대한 흔적 앞에서 겸허하게 하나님의 창조를 찬양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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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남짓 걸었는데 어르신들은 벌써 2시간이나 지났냐면서 놀라신다. 모두들 절경에 몰입하여 충분히 즐기신 것이다. 마침 쉼터가 나왔고 우린 아이스크림을 사먹기로 했다. 아들 녀석이 고른 민트 초콜릿맛도 맛있지만, 음… 부모님께서 고르신 커피맛이 훨씬 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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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남짓의 트래킹 때문인지 왼쪽 날개 관광은 속도가 붙었다. 셔틀을 이용하면서 원하는 포인트에 내려서 구경하는 식이라 시간이 단축되었다. 덕분에 캠프 그라운드에 저녁 전에 돌아올 수 있었다. 저녁을 먹으면서 계획하지 않았던 제안이 나왔다. 해 지는 광경을 보자는 것이었다. 만장일치였다. 서둘러야 한다. 아니면, 못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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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야 한다고 맘먹었을 때 이미 해는 지고 있었나 보다. 다시 포인트에 오니 석양만이 우리를 반긴다. 그래도 너무 아름답다. 노란색과 붉은색의 조화. 아, 어쩜 이리도 자연스러울까? (자연이니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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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캠프그라운드로 돌아오면서 모두가 다시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았다. 내일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꼭 해 뜨는 광경을 보자!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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