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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반가운 데자뷰

가난한선비/과학자 2017. 8. 4. 03:00

금요일 오후, 약속이 있어 점심 먹고 일찍 퇴근하는 길. 여느 때처럼 전철에 몸을 싣고, 가방에서 책을 꺼내든다. 적당한 집중력도 제법 몸에 익었다. 놓치지 않고 제때 내리는 게 자연스럽다.


한가한 전철역, 햇살이 나른하다. 다른 애들은 모두 학교 수업 중인데, 나만 잠시 선생님 심부름으로 당당하게 정문 밖으로 나온 듯한 기분이다. (기억하는가? 수업이 진행되는 시간에 만리장성이 되어버리는 학교 정문을?) 오랜만이다. 반가운 데자뷰. 잃어버린 시간을 찾은 기분이다.


거리는 한적하고 여유롭다. 시끄럽기만 했던 초록색 앵무새의 소리도, 멀리서 들려오는 공작새의 울음도 오늘은 기분좋은 음악처럼 들린다.


학교 운동장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소리도, 마실 나온 동네 할아버지의 느릿한 걸음걸이도, 조그만 길거리 공사장 주위를 메운 뿌연 먼지조차도 모두 평화롭게 일상의 행복을 연주하는 듯하다.


이런 아름다운 일상을 잃어버리고 살면서도, 결국 만족하지 못할 욕망을 위해 허구한 날 인상을 쓰며 살아왔던 나의 삼십대, 오늘따라 유난히 아쉽다.


아, 그런데 행복은 이렇게 늘 아쉬움을 동반해야만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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