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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꼬길 좋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겉으론 당당해 보여도 마음 속엔 불안이 있다. 비꼬아 보거나, 비꼬았던 사실 때문에 궁지에 몰려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솔직히 공감하기 힘들 수도 있겠다.
불안해 하며 비꼬는 사람들은 비겁하게 늘 군중을 동반하길 원하거나 실제로 동반한다. 타인으로부터 자신이 맞다는 인정을 받고 싶은 거다. 정치와도 같고 종교와도 같다. 여론 몰이를 한다. 감정을 충동질해서 아군으로 만든다. 그러나 그렇게 만들어진 아군들은 자신의 불안함을 달래는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다. 어쩌면 마약과도 같다. 신뢰 관계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그렇게 공생관계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비꼬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교만함이다. 이들에겐, A라는 주장이 논리적으로 틀렸다고 반대하기보단, 그저 A라는 주장을 깨고 싶은 마음이 먼저인 경우가 많다. 그 마음 더 깊은 곳에는 교만이란 녀석이 꽈리를 틀고 있다 (대부분의 당사자는 그것을 교만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유닉한 똑똑함이라고 인식한다). 딱히 A가 아니라는 주장도, A가 아닌 B가 맞다는 주장도 당당하게 할 준비가 되어 있지도 않으면서, 일단 시비와 딴지를 걸어보는 거다. 이런 삐딱함은 살다 보면 아주 가끔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쓸모가 없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그런 삐딱하며 비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로 많다는 사실이다. 재밌는 건 그런 비슷한 부류조차 서로를 싫어하고 당을 짓는다는 사실. 어딜 보나 정치나 종교의 시작과 전개 과정이랑 너무나도 닮아 있다. 결국 인간 놀이로 끝이 난다. 의미 없는 편을 가르고, 의미 없는 결단을 내려야 하고, 의미 없는 싸움을 하며, 의미 없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인간에게는 기본적으로 교만함이 존재한다고 난 믿는다. 그것이 기독교에서 말하는 원죄라는 해석에도 난 동의한다. 그러나 그 교만함을 상대방을 비꼬면서 드러내는 방법은, 실제 자신은 아주 지혜롭고도 은근히 자신의 잘남을 드러낸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나, 한마디로 유치하다. 좀 똑똑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짓거리를 하고 있다. 페북에서도 마찬가지다. 결코 신사답게 완전한 문장으로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그들만이 아는 은어를 사용한다거나 유명인의 책이나 사상을 마치 꿰뚫고 있는 듯이 그들의 단어들로 자신의 의견을 대변한다 (이런 식으로 그들은 보이지 않는 성벽을 쌓는다. 드러내고 싶었던 우월감과 위세의 표현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 성벽 안에 숨는다. 정체가 탄로날까 두려워하면서). 또한, 이런 애매모호함은 신비감이란 옷을 입게 되기도 하는데, 아... 신물난다. 역겹다. 이런 신비감에 말려서 목숨 거는 작자들이나, 그런 작자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드는 걸 지켜보며 그것이 자신의 우월함의 증거라고 허허 대고 있는 놈들이나, 예정된 난파선의 운명을 감지했으면서도 무고한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물귀신처럼 끌고 가려는 놈들이나… 이젠 그런 낌새가 보이면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다. 감정이 필요 이상으로 소모되는 신경전은 누가 맞냐는 질문과 답을 떠나 허무할 뿐이다. 인간의 교만함이 원죄라고 하면서도 동일하게 교만함을 드러내는 기독교인들을 보면 더욱 진절머리가 난다. 아, 그런데 찔린다. 나도 그 중에 하나였다 (지금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르겠지만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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