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17년 9월 11일. 떠나는 날.
바삭해진 꽃잎을 밟는 건 마른 낙엽을 밟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낙엽과 마찬가지로 땅에 떨어져 길거리에서 함부로 나뒹굴고 있으며, 서던 캘리포니아 여름의 강한 햇살 덕에 바싹 말라버려 생명이 사라졌음이 분명한데도, 그 꽃잎을 마주할 때면 나로 모르게 피하게 된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밟았을 땐 왠지모를 죄책감도 느꼈다.
그런데 한 번 밟아 봤더니 소리가 다르다. 또 듣고 싶어 이번엔 일부러 꽃잎을 찾아가며 밟는다. 어느새 죄책감은 딴 세상 얘기가 되어버렸고, 나는 호기심에 가득 찬 채 혼자 꽃잎 밟기 놀이를 한다. 매걸음마다 밟기, 왼발로만 밟기, 점프를 한 뒤 두 발로 한꺼번에 쾅 밟기... 나의 오늘 출근길이다. 내일부턴 새로운 건물에서 일을 하게 된다. 오늘이 이 캠퍼스에서 일하는 마지막 날인 셈이다. 그 동안 바닥에 떨어져 말라버린 꽃잎이 늘 궁금했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떠난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밟아보고 싶었던 거다.
'in monologue'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배움 (0) | 2017.09.24 |
|---|---|
| 과학자 (생물학자) (0) | 2017.09.24 |
| 반음 (0) | 2017.09.24 |
| 인격과 성령 (0) | 2017.09.24 |
| 합리화: 불의의 증폭 (0) | 2017.09.24 |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