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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붓만 들면 세상이 고요해진다고 했다. 고요함. 내면의 평안. 내가 글을 읽고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조용한 시간으로, 또 누군가는 묵상의 시간으로 부르기도 하겠지만, 뭐라 부르든 상관없다. 그 시간 자체가 내겐 귀하고, 또 그 시간을 낼 수 있는 내 상황이 감사할 뿐이다.
고독과 침묵 속으로 들어가는 시간은 언제나 기다려진다. 책을 통해 저자와 저자의 세상을 만난다. 배움. 나를 넘어서는 순간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달콤한 배움 뒤에 우린 언제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만 한다는 사실. 인간의 숙명이다. 배우는 자들의 슬픔이다. 배움의 자리가 천국처럼 여겨졌다 해도, 내가 발을 디디고 서 있는 이곳, 자질구레한 나의 일상 속으로 결국 우린 돌아와야만 한다. 그러므로 진정한 배움은 나의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작은 움직임으로써 증명이 된다. 그 배움과 현재 사이의 공백이 크든 작든 우린 그 공백을 건너뛸 순 없다. 아무리 머리를 울리고 머리와 발 사이에 있는 가슴을 울리는 지식이 있다 해도, 그 머리와 가슴이 담긴 거대한 육체를 움직이는 건 결국 나의 두 발이다. 발이 움직여야 한다. 고로 배움의 최종 목적지는 머리도 가슴도 아닌 발이다.
때로 배움과 현실의 간극으로 인한 괴리감에 배움의 기쁨이 한 순간에 허무함으로 타락하기도 하지만, 우린 게걸스럽게 또 배움을 원한다. 타락의 죄책감과 배움의 달콤함. 이 둘의 오묘한 공존. 우리네 인간 살이다. 현대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난 타락의 죄책감이 날 옭아매지 않기를 바랄 뿐이고, 배움의 달콤함이 마약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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