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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사인

가난한선비/과학자 2018. 1. 14. 12:11

사인.


이틀 전 타이어 공기압 체크 등이 차 계기판에 떴다. 매해 겨울마다 있는 현상이라 그냥 무시했다. 어차피 여기 캘리포니아는 금새 또 더워질테니까 말이다. 작년에도 등이 뜬 이후 며칠만에 사라졌었다. 한 달 쯤 후에 엔진오일을 갈겸 정기검사 받으러 정비소를 찾았을 때도 타이어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오늘 차에 기름을 넣다가 무심코 왼쪽 뒷 타이어를 보게 되었다. 현저히 공기가 빠져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자세히 무릎을 구부리고 보니 철심이 하나 떡 하니 박혀 있는 게 아닌가. 아들을 태권도장에 데려다 주고, 관장님으로부터 이럴 땐 간단히 타이어 패치하면 된다는 자문를 들은 뒤 곧장 근처 정비소를 찾았다. 25달러에 15분만 기다리면 된다고 해서 지금은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살면서 사인을 마주할 때가 있다. 그런 사인들은 보통 정직하다. 그러나 그 사인들을 무시하는 것은 인간의 전적인 잘못이다. 공교롭게도 자신의 과거의 성공 경험이 그 사인을 사인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막는다.


익숙해졌다고 해서 그것이 항상 옳은 건 아니다. 사인을 사인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행위, 이것이 비록 익숙함을 거스르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분명 우리에겐 꼭 필요한 일일 것이다. 너무 익숙함에 길들여져 그것에 의존하는 삶을 살고 있다면 한 번 둘러보자. 어쩌면 무언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채 무시하고 있는 사인이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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