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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faith

모리아 산으로

가난한선비/과학자 2018. 2. 13. 05:42

**김회권 목사님의 ‘모세오경’을 읽어나가고 있습니다. 어제 밤 창세기 26장까지 읽었네요. 책으로는 300페이지 고지가 보입니다. 오늘은 상상의 나래를 펴 모리아 산으로 가봅니다. 그리고 그 사건을 지켜봅니다.**


모리아 산으로.


누군가가 말했듯, 모리아 산 위에서 기절초풍할 만큼 가장 놀랐던 존재는 아브라함도 이삭도 아닌 하나님이었을 거라는 생각에 난 동의한다. 그리고 그 놀라웠던 짧은 순간에 함께 놀라면서도 한편으론 가장 안도의 한 숨을 내쉰 존재는 아마도 수풀에 뿔이 걸린 채 조용히 모든 것을 관찰하고 있었던 또 다른 존재, 숫양이 아니었을까.


결박된 이삭을 잡으려고 칼을 높이 치켜들었을 때 아브라함을 성급히 부르시며 급제동을 거신 하나님의 마음을 생각해 본다. 모든 걸 다 아시고 어디에나 계신 전지전능, 무소부재의 하나님이시지만, 그의 인격적인 존재의 의미는 이를 충분히 넘어서며, 우리가 하나님을 아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그 덕에 유한한 피조물인 우리 인간이 시공간을 초월하시는 창조주 하나님을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가장 높은 곳에 계시지만, 가장 낮은 곳에도 계시는 하나님, 그 낮고 천한 가운데 가느다랗게 들리는 탄식 소리에도 긍휼의 마음으로 반응하시는 하나님이 난 정말 좋다.


김회권 목사님의 상상처럼, 하나님은 아브라함이 도저히 이삭을 죽이지 못하겠다고 통곡하며 모리아 산 위에서 하나님을 부를 거라고 예상하고 계시진 않았을까. 미리 숫양도 준비해 놓으신 것만 봐도, 아브라함이 결국은 이삭을 죽이지 못하지만 그 전 단계까지 행했음을 기억하셔서 아브라함의 믿음의 순종을 인정해 주시지 않았을까. 그런데 하나님도, 대기하고 있던 숫양도 깜짝 놀랄 일이 생긴 것이었다. 아브라함과 이삭이 하나님의 말씀을 그대로 실현하려는 것이었다!


아내 사라의 몸으로부터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이 태어나기까지 25년이 걸렸다. 성경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모리아 산에서 이삭은 청년의 나이였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아브라함은 이삭이 태어날 때 100세였다. 이삭이 결박 당하고 제단 위로 올려지기 위해선 이삭의 자발적인 협조가 필수불가결했을 거라는 얘기다. 육신적으로는 충분히 노인이 된 아버지를 제압하거나 거부할 수 있었을 거란 얘기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이삭이 결박된 채 제단 위에 얌전히 올려지기까지는 아브라함의 믿음과 순종만으로는 해석하기가 뭔가 부족하다. 모리아 산 위에서의 사건은 아브라함의 믿음의 순종만이 아닌, 이삭의 순종도 포함되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해석이라면, 김회권 목사님의 주해처럼, 아브라함은 하나님께만 순종했지만, 이삭은 하나님과 더불어 아버지께도 순종했던 것이다.


또한 이런 해석에 따를 때, 아브라함의 믿음의 순종은 아들을 진짜 죽이려는 행위 자체에 있다기 보다는 하나님의 말씀을 100% 믿고 순종했던 아브라함의 마음 중심에 있을 것이다. 또한 아들 이삭까지도 순종에 동참함으로써 모리아 산 위에서의 사건의 의미를 100% 순종이 아닌 200% 순종으로 증폭시킨 것이었다. 전지전능, 무소부재의 하나님께서 가히 깜짝 놀라실 만한 사건이었던 것이다.


하나님을 놀라게 할 믿음의 순종. 믿음의 아버지 아브라함과 그의 아들이자 제자였던 이삭의 합작품. 오늘 밤 나의 상상 속 모리아 산 위에는 나도 있는 것만 같다. 수풀 속에 숨어 모든 것을 다 지켜보며 익숙히 알던 사건의 숨겨진 의미에 대해 함께 놀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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