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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무질서하게 산재되어있던 불완전한 지식과 기억의 파편들이 어느 순간 하나의 큰 그림을 이루고 있는 작은 조각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가 있다. 살면서 아주 드물게 찾아오는 이 귀한 순간, 우린 보통 아드레날린의 급상승을 동반한 큰 희열을 느낀다. 절대 풀 수 없을 것만 같던 어려운 퍼즐의 한 귀퉁이가 맞춰지는듯한 기분과도 비슷할 것이기에 우린 큰 성취감과 함께 충만한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그런 것들보다 더 큰 것이 있다고 난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위로’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한 것보다는 무의미하게만 느껴졌던 과거가 비로소 하나의 의미를 가진 그 무엇으로 다시 태어나는 기분을 느낄 때 스스로 큰 위로를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극적인 상황에서 과연 눈물이 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더욱 커다랗고 긴 어두움의 시간을 지나온 사람의 경우는 특히 더 그럴 것이다. ‘위로’는 오래 참은만큼 커지는 법이다.
지금은 오래 참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저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을 살아내고 있지만, 또 거기로부터 예전보단 많은 행복을 발견하고 누리고 있지만, 자기에게 주어진 주 영역에서 스스로가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지의 여부는 또 다른 얘기라고 본다. 주눅드는 건 일상에서 행복과 만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렇다고 허황된 꿈을 꾸기 때문도 아니다. 다만, 무언가를 쫓기 위해 사용했던, 열정으로 가득했던 시간들이 보상받지 못하는 것 같은 기분에 잠식되기 때문이다.
물론 기대가 컸기 때문이라거나, 내 역량을 과대평가했기 때문이라거나, 아니면 그저 운이 좋지 않아서라고 설명은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건 해석일 뿐 진실은 아니다. 진실은 나이가 들수록 휑한 마음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는 것. 여기엔 여러가지 해석된 이야기로는 결코 충족시키지 못하는 부분이 언제나 남는다.
누군들 그렇지 않겠냐고, 인간이란 존재 자체가 공허함을 가슴에 품고 있어서라고, 불충족되는 이유를 또 여러가지로 생각해보지만, 여전히 개운하진 않다. 신앙을 가졌지만 이런 문제가 말끔히 사라지진 않는다. 신앙을 가져도 인간은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 유한하고 불완전한 존재. 문득 자꾸만 사소한 것들에서 답 없는 철학적이고 신학적일지도 모르는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고, 그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곱씹어보는 나를 발견한다. 나도 점점 나이가 드나보다. 위로를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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