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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아들

가난한선비/과학자 2018. 12. 18. 02:22


아들.


오늘따라 Panda Express 에서 Orange chicken 이랑 Chow mein 이 먹고 싶다고 해서 아들을 픽업한 후 곧장 그리로 향했다.


아내는 2주 연속 On call 인데다 이번에 함께 일하는 attending 이 경험 부족에다 깐깐하기까지 한 사람이라 매일같이 늦게 퇴근하기에 가족이 함께 저녁을 먹는 건 벌써 2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만 한다. 시간적으로 더 여유가 있는 내가 지난 3년 간 늘 했던 것처럼 아들의 저녁을 익숙하게 챙긴다.


내가 요리한 것도 아니지만, 맛있게 먹는 아들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좋았다. 녀석은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지 너무 맛있다며 허겁지겁 먹어대더니, 차가운 우유 한 잔을 들이키고 배부르다며 도중에 응가를 하러 갔다가 나와서는 스낵으로 초코렛을 하나 쪽쪽 아까워하며 빨아먹었고, 그제서야 만족스러웠는지 숙제를 하러 방으로 들어갔었다. 약 한 시간 쯤 지났을까. 너무 조용해서 아들 방에 들어가보니 사진에서처럼 침대에 엎드려 책을 펴든 채 잠들어있는 것이었다.


순간 3년 간 아들과 단 둘이 오하이오와 인디애나, 그리고 캘리포니아로 옮겨다니며 살아낸 시절이 떠올랐다. 가슴이 아련해졌다. 그때 매일같이 느꼈던 불안함과 두려움, 무섭도록 조용히 찾아오는 고독과 침묵의 맛이 다시 느껴졌다. 그리고 흑백 영화 한 장면처럼, 내가 설겆이를 하거나 요리를 할 때 옆에서 재잘대며 혼자 놀던 아들의 뒤통수가 생각나 갑자기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아들을 깨우지 않고 대신 얼른 사진을 찍어두었다. 이런 순간을 놓치지 않고 붙잡아 두고 싶었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사랑해 아들. 그리고 고마워. 더 좋은 아빠가 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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