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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끝과 시작

가난한선비/과학자 2019. 1. 2. 10:47

끝과 시작.


옳은 쪽은 항상 나여야 했고, 나는 항상 높은 곳에 위치해야 한다고 여겼다. 나의 잠재의식과 무의식 영역에 깔려있던 이러한 가치관이 의식세계로 끌어올려져 마침내 스스로 자각하게 된 이 기적적인 사건을 난 감히 축복이라 부른다.


하지만 내게 그 축복의 열매를 묻는다면, 난 딱히 보여줄 게 없다. 대신 난 그 축복 자체가 열매라는 생각이다. 나와 타자,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 축복이자 열매임이 틀림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어쩌면 오히려 뭔가 열매를 맺기 위해 무언가를 추구하는 행위가 퇴행적인 가치관으로 다시 전락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열정도 정성도 거세된 목적상실형의 인간을 말하는 건 아니다). 축복이나 열매라는 것도 해석의 산물이기에, 내가 해야할 것은 아마도 겸손한 탐험이 아닌가 한다.


확신의 거품이 빠지고 어둡게만 보였던 의심의 숲이 일상과 잘 어우러질 때, 그리고 소소하지만 가진 것을 기꺼이 함께 나눌 때, 축복이 축복으로 여겨지고 열매가 열매로 여겨지는 나라를 위할 때, 그 때 난 나의 행위가 아닌 존재로서 사랑받는 자임을 알게 되리라 생각한다.


새해에는 나도 모르게 내 안에서 치켜올려진 교만의 턱을 더 많이 발견하고 그것들을 가능한 모두 낮추어 남을 더 존중하고 배려하며 사랑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일상, 하나님나라!


페친 여러분들, 복 많이 받고 나누는 새해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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