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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Revisit (재방문)

가난한선비/과학자 2019. 1. 24. 02:21


Revisit (재방문)


나와 아무 상관없다고 여겨왔던 일이, 원하지 않았지만, 내 현장 중심에 불쑥 찾아올 때가 있다. 그제서야 그 일에 관심을 가지고, 그 동안 한 귀로 대충 들어 머리 속에 아무렇게나 흩어져있던 단편적 지식들을 꺼집어내기 시작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 때 좀 진지하게 들어둘 걸 하는 후회가 밀려오고, 과거에 내가 그 일 때문에 트집잡고 비방했던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씩 떠오르며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고 죄인이 된다. 무엇보다 벌거벗은 것 같은 창피함이 느껴져서 괴롭다. 과거에 함부로 내뱉았던 말들이 그저 똘기에 찬 무례한 돌팔매질이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고, 그것들은 중력의 법칙처럼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내게 생채기를 낸다. 피할 수 없는 인과응보다.


그러나 그렇게 멋적어 할 필요 없다. 이제 당신도 역사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당신이 그렇게나 쓸데없는 일이라고 여겼던 일들이 이렇게나 큰 의미를 갖고 한 사람의 가치관을 흔들 수 있으리라곤 상상할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알고보면 당신으로부터 비방을 받던 사람들도 이전엔 당신과 같았다. 그러니 당신도 그저 첫 단계를 지나오고 있는 것이다. 난 이 말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린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비로소 어른이 된다. 특별남을 지향했던 과거에서 평범함 가운데 있는 비범함의 매력을 느끼기 시작할 무렵이다. 소소하지만 소중한 일상이 보이고, 아무런 가치도 없어 보이던 허드렛일들이 의미를 띠기 시작한다. 그렇다. 예전과 똑같은 일들이다. 그러나 당신이 바뀐 것이다. 뜻하진 않았을지라도 이런 방식으로 우린 모든 것을 ‘재방문’하며 새로운 만남을 가지게 된다. 아이의 눈에서 어른의 눈으로의 변화. 회심이다. 기적이다. 은혜다.


회심을 경험했던 사람들이 주위에 많다. 그러나 재미난 일 중 하나는 그런 사람들 가운데에서도 회심하기 전의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함부로 말하고 정죄하며 자신의 옳음을 증명해 보이려 애쓴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돌이켰다고 해서 사람의 됨됨이나 인격이 단번에 바뀌진 않는 것 같다. 큰 깨달음일수록 소화하는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한 법이다. 일상에서 살아내면서 체화되는 과정이 곧 인생이 아닐까. 미처 소화하지 못한 상태로 또 다른 측면에서 비슷한 일을 연거푸 겪게된다. 따지고보면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하다. 내가 오늘 발끈했던 일들에서, 내가 오늘 억울하다고 여겼던 일들에서, 아니면 내가 오늘 자신감에 충만하여 사람 앞에 서서 뽐내며 칭찬받던 일들에서도 같은 메시지를 얻을 수 있다. 알고보니 일상은 끊임없는 방문과 재방문이었던 것이다.


‘재방문’에 겸허하게 반응하자. 익숙해짐에 익숙해지지 말자. 나그네의 심정을 기억하자. 매일 우린 회심이 필요하고 기적이 필요하며 은혜가 필요하다. (그리고 어찌보면 기독교의 성화는 끊임없는 작은 칭의들의 연속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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