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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Drop-off

가난한선비/과학자 2019. 3. 14. 02:27

Drop-off.


딱히 부끄러워 할 이유는 없지만, 여전히 날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또 한 번 확인하게 될 때면 저 깊이 잠자고 있던 애틋한 감정이 금새 날 휘어싼다. 마치 구원이라도 받은 기분이랄까. 나의 더러움이 덮혀지고 용서받은 것 같은 기분이랄까. 아빠로서 인정받은 것 같은 기분이랄까. 아이를 학교 정문 앞에 데려다주고 난 직후면 언제나 무언가 죄책감 비슷한 허전함을 느낀다. 그러나 그 순간 항상 아이는 뒤돌아보며 내게 웃으며 손을 흔든다. 구원의 순간이다. 용서와 받아들여짐의 순간이다. 은혜와 감사의 순간이다.


살아있어서 참 다행인 순간들이 있다. 한때는 가장 높이 놓여진 1등 단상에 올라 뭇사람들의 찬사와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순간을 위해 살았다. 그러나 다행히 이젠 이런 일상의 작은 일들에서도 그보다 더한 행복을 느낀다.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현재 가진 것을 놓치지 않으려 긴장과 두려움 속으로 스스로를 노출시키며 안간힘을 써야만 하는 일회성 기록용 행복이 아닌, 자신을 돌아보고 관계를 돌아보며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까지 할 수 있게 만드는 소소한 행복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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