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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Labor day

가난한선비/과학자 2019. 9. 4. 01:04

Labor day.

한적한 도로. 느지막이 나선 출근길에는 차가 거의 없다. 오전 11시. 바깥 온도는 벌써 화씨 90도를 가리키고 있다. 모든 게 따뜻한 그림 같은 배경이 되고, 나만 그 정지한 시공간을 유유히 움직이는 유일한 존재인 것 같다.

오늘은 Labor day. 공휴일이지만, 그래서 더 게으르고 싶지만, 늦잠 정도로 만족하기로 하고, 난 주저없이 연구소에 나왔다. 목요일에 있을 학과 전체 세미나 준비를 하기 위해서다. 연중행사라서 준비를 잘 해야만 한다. 이번에는, 3년이 넘도록 진행하고 있으며 보스까지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프로젝트를 정리해서 발표할 예정이다.

클리블랜드에서 대면한 인생의 낮은 점과 인디애나에서 맞이한 인생의 변곡점을 지나는 여정 중에 과학자인 내게 처음으로 들어온 프로젝트 (2년 전 ASH에서 oral presentation 으로 당선이 되었던 바로 그 프로젝트)이기에 내게 있어선 꽤 각별한 의미를 지니는 녀석이다. 그래서 잘하고 싶다. 남들 앞에서 뽐내고 싶은 허영심 때문이 아니다. 그런 걸 가질만한 입지도 이젠 되지 않는다. 다만, 절박함 때문이랄까. 수년 전 과학자로서의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고 나와 여기까지 함께 와준 프로젝트에게 다하고 싶은 나의 작은 보답일지도 모르겠다. 그저 성의를 다해야 할 것만 같은 마음이다.

클리블랜드에서 실족한 나를 기꺼이 받아준, 인디애나에서 함께 캘리포니아로 온 현재의 내 보스에게도 이 프로젝트로 좋은 열매롤 맺어 은혜를 갚고 싶다. 변곡점을 지난 나에게, 그리고 은혜를 베푼 보스에게, 이 두 사람 모두에게 기쁜 결과를 맺고 싶은 마음이다. 꺾인 날개가 날아갈 수 있는 힘과 거리는 그렇지 않은 날개에 비해 아무래도 한계가 있겠지만, 내 작은 두 손에 쥔 것들과 그것들을 소중하게 재발견한 나의 마음과 일상의 소중함을 찾은, 빠른 것보단 풍성한 쪽을 어쨌거나 선택하게 된 나에게 멋진 선물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

모두들 각자의 현장에서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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