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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해소: 공감의 자리로

가난한선비/과학자 2019. 10. 9. 05:20

해소: 공감의 자리로.

쓰러졌을 때 올려다 본 맑은 하늘을 기억한다. 머리가 가장 낮은 땅에 닿았을 적 나무 사이로 구름 위로 끝없이 펼쳐져 있던 하늘.

우울한 기분에 밖을 나섰을 때 맞이한 화창한 날을 기억한다. 사람들의 웃고 떠드는 소리,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세상은 잘도 돌아가고 있었다. 그때 느꼈던 불편함, 스스로 이방인이 된 이질감. 변하지 않은 것들의 잔인함. 밝고 맑은 것들의 매정함까지도. 모두 기억이 난다.

이러한 모든 감정은 나에게 각인된 자기중심적인 생각에 의해 굴절된 해석일 뿐이라는 것도 난 이제 안다. 과연 성숙해진 것일까. 맑은 하늘과 내 눈 사이를 가리었던 눈물도, 나의 우울한 기분과 화창한 날씨 사이를 가리었던 음울한 기운도 모두 한 편의 슬픈 이야기로 사라져버린다.

소박한 위로 한 마디면 된다. 진심 어린 눈망울과 따뜻하게 한 번 안아주는 것이면 족하다.

골치 아픈 이유 따위에 허비한 이성은 장시간 노출에 비뚤어지기 쉬우며 그 이후의 시간은 해결을 향해 나아가는 게 아니라 어쩌면 치우치지 않으려 중심을 잡는 지난한 싸움일지도 모른다. 내 안의 나는 지공에 언제나 취약한 법이다. 강해져서가 아니라 적인 줄 모르기 때문이다.

해결되지 않은 것들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삶. 뜻하지 않았지만 이미 와버린 덩어리들을 껴안고 가야만 한다. 한땐 실패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실패도 실수도 아니다. 그건 소박함이다. 평범함이다. 비로소 타인을 공감할 수 있는 자리에, 비로소 거짓과 위선을 벗어버리고 겸허한 마음으로 나눌수 있는 자리에 온 것이다. 다시 처음 엉켜지던 시기로 돌아갈 수는 없다. 엉켜지지 않은 실타래를 갖고 있다는 게 어쩌면 가장 큰 불행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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