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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
텍스트에 문학적 감성을 불어넣지 못한다면 그 텍스트는 그저 텍스트로 남는다. 내가 좋아하는 글은 건조한 정보 전달 목적을 훌쩍 넘어서는 글이다. 나는 그런 글 읽기를 즐기고 사랑한다. 글쓴이의 컨텍스트가 읽는이의 컨텍스트가 되는 글. 글을 읽고 나면 텍스트가 아닌 컨텍스트가 남는 글.
문학적 감성은 가식적인 기교가 아니다. 의식 이면에 가라앉아 있던 무언가를 공명시켜 수면 위로 끄집어내는 작업이다. 경험했으나 의식의 처리과정에서 배제되었던 기억들, 혹은 직접 경험하지 못했어도 오감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던 기억들, 때로는 직간접적 경험과 상관없이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유하는 공감대를 건드려, 글쓴이의 컨텍스트가 그가 길어올린 텍스트를 통하여 읽는이의 컨텍스트를 공명시키는 일이다. 그 공명은 때론 전율을 일으키기도 하며 진정한 소통의 쾌감을 선사해주기도 한다.
소설을 잘 읽지 못하겠다는 사람들을 본다. 그들이 주로 읽는 텍스트는 정보전달이 주목적이다. 지식은 풍부해질 수 있고 정확하고 치우치지 않는 사고를 할 수 있고 그것을 전달할 수 있는 힘까지도 기를 수 있겠지만, 거기에 공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방적인 지식의 흐름은 어지간해선 장기기억으로 저장되기 힘들다. 이성이나 울리는 정도의 텍스트의 수명은 길지 않다. 건조한 진지함의 힘은 지나가는 화살과도 같다. 내가 지금까지 읽어온 논문 수가 수백 편은 족히 될 테지만, 단 한 편도 내 마음을 울리며 오래토록 여운을 남긴 적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공명을 일으켜 공감을 불러오는 글, 텍스트 이면에 있는 사람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글. 그런 글은 위로와 치유의 힘을 가진다. 사람을 살리는 힘을 가지는 것이다. 그런 글을 더 많이 쓰고 싶다. 미약하나마 나 역시 펜으로도 사람을 치유하고 살릴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일에 일조하고 싶다. 그런 글에 드리워진 하나님의 그림자라도 찰나의 시간에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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