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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누구를 위한 위로인가

가난한선비/과학자 2019. 11. 22. 02:19

누구를 위한 위로인가.

누군가를 위로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솔직하게 상대를 위하는지 여부에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을 통해 우리는 필요한 말을 적재적소에 할 수 있을 정도로 훈련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형식일 뿐이라면 그 위로나 조언은 그 순간 효력을 잃는다. 진정한 사랑과 관심이 결여된 위로는 공허할 뿐이다.

위로를 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자신을 열어젖히는지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위로가 된다는 것은, 반은 위로 받는 사람의 몫이라고 본다. 위로하는 사람의 원맨쇼가 아닌 것이다. 쌍방 간의 교류가 위로를 주고받는 상황에서도 벌어진다. 어떤 고급진 말을 내뱉어야만 위로를 달성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그 말이 저 높은 곳에서 툭 떨어져 그 말을 받는 나는 혼자 덩그러니 저 낮고낮은 곳에 함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면 그 역시 공허할 따름이다. 그런 위로는 위로 받는 자를 위한 게 아니라 위로하는 자를 위한 말이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말을, 쓸데없이 오히려 더 상처주지 않고, 잘 해냈다는 만족감 정도를 가져다주는. (이런 말들은 보통 허망하다. 별 의미도 없으면서 껍데기만 남는 말일 때가 많다. 적어도 난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전혀 고맙지 않다. 자기 안에 갇혀 자기 손질하는 게 보이는데, 어찌 위로가 되겠는가)

주객이 전도된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은 사랑과 관심의 마음은 없는데 위로다운 말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나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교양있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자기애의 표출 때문이 아닐까. 위로하는 자리에 가서도 상대가 아닌 자신을 더 생각하는, 이 어처구니 없는 존재. 어쩌면 바로 당신과 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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