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in monologue

목적과 과정

가난한선비/과학자 2019. 12. 13. 04:53

목적과 과정.

목적은 과정을 이끄는 동력이지만, 과정을 제한하는 장애물이기도 하다. 과정이 목적을 위해 존재할 때, 목적은 마치 어둠 속의 한 줄기 빛처럼 과정 중에 만날 어려움으로부터 구원의 손길이 될 수 있다. 지치고 포기하고 싶은 상태에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목적은 과정에 의해 성취되지만, 과정은 목적에 의해 시작되고 유지된다. 그리고 마침내 과정은 소멸한다. 과정의 소멸은 목적의 달성이다. 이를 반대로 말해볼까. 목적의 달성은 과정의 소멸이다. 과정의 소멸. 이것은 곧 멈춤을 의미한다. 앞으로 더 나아갈 필요가 없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이것이 목적은 과정을 이끌기도 하지만, 제한하기도 하는 이유다. 어쩌면 무언가를 성취한 이후 많은 사람들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목적을 달성해서가 아니다. 과정이 소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멈췄기 때문이다.

과정이 없다면 목적도 없다. 하지만 목적이 없어도 과정은 있을 수 있다. 굳이 과정이라는 이름을 붙일 필요도 없겠지만, 숨이 붙어 있는 한, 삶을 살아가는 한, 그 순간순간은 모두 과정이다. 목적이 뚜렷하지 않다고 슬퍼할 필요 없다. 뚜렷한 목적을 가진 사람이 그럴듯해 보이는 건 어쩌면 신기루일지도 모른다. 우린 그저 하루하루 걸어갈 뿐이다. 어떤 목적을 달성할지도 모른 채로.

만약 자신의 뚜렷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인생 작전을 짜고 실천에 옮긴다면, 그 사람은 그 목적이 인생의 종착역인 것이다. 말했다시피 목적의 달성은 과정의 소멸이고, 과정의 소멸은 멈춤이다. 멈춤은 곧 죽음이다. 한낱 인간이면서 어찌 미래의 일을 스스로 정하고 그것이 인생의 방향을 설정케 하는가. 그래 놓고도 전능자를 의지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인생에 답이 있다면, 인생의 목적이 있다면, 신앙이란 게 필요할까. 답 없는 이 땅의 삶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모든 과정이 우리의 목적이진 않을까. 과정이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과정이 목적이고, 목적이 곧 과정이지 않을까. 둘은 같은 것이지 않을까. 달성되지도 않고, 소멸하지도 않는. 그래서 인간은 불안과 두려움에도 꾸역꾸역 살아가는 존재이진 않을까.

'in monologu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음식과 문화: 공감대와 다양성  (0) 2019.12.14
자기중심성  (0) 2019.12.13
공감과 위로하기: 영점을 넘어서  (0) 2019.12.12
실패자의 마인드  (0) 2019.12.10
숨기  (0) 2019.12.07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