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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과 위로하기: 영점을 넘어서.
마음이 잘 통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삶의 활력과 위로를 가져다준다. 그러나 그 만남이 건강하게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마음이 어떤 부분에서 통하는지가 중요함을 점점 알게 된다. 자신의 상처나 잘못 각인된 선입견 때문에 생긴 비딱함에서 마음이 통하게 되면 자칫 연대라는 말 뒤에 숨어 서로가 서로를 갉아먹으며 소모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 만남으로 인해 얻는 ‘활력’이 과연 어떤 형태로 나타나며, ‘위로’는 어떤 모습으로 내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도 꼭 점검해야 하는 항목임을 알게 된다. 인스턴트적인 감정적 소통은 자칫 마약과도 같은 역할을 하여 삶을 황폐케 하고 더욱 사람들을 커다란 수렁에 빠지게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와의 만남이 처음엔 좋게 지속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해지는 데엔 분명 이유가 있다. 이런 패턴이 본인의 삶에서 자꾸만 반복된다면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알고보니 나랑 안 맞아’라든가, ‘역시 사람은 너무 마음을 열고 대하면 안돼’ 같은 결론으로 또 다시 어떤 사람이나 공동체와의 결별을 마음 속으로 결정하고 있다면, 정말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혹시 그게 상대방이 아닌 나 자신의 문제일지도 모른다고.
무턱대고 모든 상처를 덮어두고 그 상처에 대해서 묻지도 않고 허구한 날 신변잡기만을 이야기하며 농담 따먹기로 시간을 떼우는 건, 어쩌다 필요한 작업일 수는 있겠지만 결코 필수적인 작업은 아니다. 상대방을 공감해준다는 말을, 핵심 고민이 명백하게 드러나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모른 척하고 피해가며 엉뚱한 말을 지껄이거나 가만히 듣기만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쓸데 없는 말을 괜히 해서 더욱 상처를 입히는 어리석은 행위를 하는 것보단 차라리 침묵을 지키는 편이 좋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건 종종 상대방을 위함이 아닌 자신의 안전함을 선택한 비겁함과 무관심함일 경우가 많다.
함부로 지껄인 위로의 말이 오히려 폭력으로 작용하게 되는 경우가 요즈음 많이 이슈화되어 금지사항처럼 여겨지고 있는 건 좋은 현상이라고 본다. 그러나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 게 최선은 아니다. 그건 영점일 뿐이다. 제자리인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위로의 최선이 아니다. 적어도 피해는 입히지 말자는 식의 비겁함과 무관심함이 공감과 위로의 정석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내가 뭘 해줄 수 있겠어? 그저 가만히 옆에 있어주는 게 다지. 결국엔 스스로 일어나야 하는 걸’ 하는 생각이 바른 생각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게 바른 생각임이 증명되려면 진짜로 옆에 있어줘야 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우리들은 그 사람 옆에 있어주지 못한다. 이게 우리네 현실이다. 그래놓고 ‘적어도 더 상처는 안 줬잖아’하면서 자위한다면, 그게 과연 올바른 자세의 관심과 사랑일까.
물론 상대가 너무나도 문제 가운데 천착하여 24시간 진지 모드일 땐 그 사람에게 다소 유머스러운 가벼움을 제공해주는 차원에서 실없는 소리도 나름 의미를 지닐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언제나 먹히는 건 아니다. 아니, 먹히지 않을 때가 훨씬 많다. 누구는 진지해 죽겠는데 농담 따먹기를 하자고 할 때 마음 문이 열리는 상황이 만약 벌어진다면, 그건 이미 그 사람의 마음이 절망 한 가운데에서는 벗어났다는 뜻이며, 무언가 진취적인 자세가 들어섰다는 의미일 가능성이 크다. 결코 농담 따먹기 기술이 좋아 잘 먹힌 게 아닌 것이다. 그렇다. 농담 따먹기가 먹히는 것은 위로자에게 달린 문제가 아니라 위로 받을 사람의 상태에 달려 있다.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상대가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조언을 지혜로운 방식으로 표현해주는 방식이 나는 침묵을 지키는 행위보다 더 나은 도움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들어주는 행태가 지혜로운 게 아니다. 도움의 말이나 행동을 하는 방식이 지혜로워야 하는 것이다. 지혜로움은 표현 방식에 있는 것이지 말을 하고 안하고에 있지 않다.
물론 함부로 지껄이라는 말이 아니다. 침묵하는 사람보다 더 많이 고민하고 기도하면서 마음에 담기는 진지한 생각을 조심스럽게 전해주는 것이다. 공감은 진정으로 상대를 마음에 품고 많이 생각한 뒤 적당한 시간표에 적당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데에 있다. 결코 무언과 무표현에 있는 게 아니다. 무언과 무표현은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하기 전 적당한 시기를 살펴보는 과정에 국한되어야 한다. 거기서 끝내는 것이 공감하기가 아니다. 착각하지 말자. 도움은 영점에서 만족하면 안 된다. 상대에게 플러스가 되도록 관심과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다. 하도 마이너스를 상대에게 줘서 차라리 입을 다물라는 말이 나온 것이지 진정한 도움이 침묵이라는 뜻이 아니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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