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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실패자의 마인드

가난한선비/과학자 2019. 12. 10. 13:46

실패자의 마인드.

성공과 실패를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 자체에 이젠 회의가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자의 마인드와 실패자의 마인드는 분명 구별되고, 나는 그 차이에서 여전히 적지 않은 배움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사실 성공과 실패의 구분이 무의미한 것은 언제나 많은 시간을 압축한 회고적인 관점에서 기인한다. 한 마디로 과거의 재해석이라 할 수 있다. 돌아보니 그건 성공이나 실패가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 중이라는 생각의 전환이 비로소 성공이나 실패라는 규정된 압박으로부터 해방을 선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지금 이 순간, 즉 현재의 순간 기울기가 위로 향하는지 아래로 향하는지는 언제나 분명하다. 자기자신이 가장 잘 알겠지만, 때론 지나친 욕심이나 어떤 이유에서 각인된 자기기만적인 생각 때문에 그 순간기울기를 보지 못할 때도 있다. 이런 상황에선 때론 지인들의 시선이 더 정확할 때도 많다. 친구가 중요한 이유다.

초록은 동색이요, 가재는 게 편이라, 인간은 비슷한 사람끼리 어울리기 마련이지만, 어떤 이유에선가 잘못 각인된 상처나 그 상처가 잘못 아물며 만들어낸 부작용 때문에 유독 친구 선정에 민감해지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자신의 치부와 비슷한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 경우가 많은데, 각자가 각기 다른 메커니즘으로 상처를 받고 그 상처가 아무는 과정을 겪어냈기 때문에 결국 동일한 아픔이나 그 아픔에 대한 생각을 가진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연대가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지만, 그 위로를 본인의 비뚤어진 시선을 덮는 데 사용한다면 큰 문제가 된다 (난 이를 범죄라고 본다).

이전 글에도 썼지만, 구조적인 문제를 크게 부풀려서 자신은 언제나 약자요 피해자로 상정하고 언제나 불평과 불만을 해대는 사람들, 실상은 구조뿐 아니라 자기자신의 게으름과 거짓됨, 자기기만적인 악함도 단단히 한 몫을 담당하고 있을 텐데도 그것을 무시하고 그냥 구조적인 문제에 묻어가기로 은근슬쩍 결정한 사람들. 나는 이런 자들이 정말 비겁하고 우둔하며 어리석인 자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늘 외로이 홀로 존재하거나 기껏해야 몇 명 비슷한 치부를 가졌다고 믿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데, 그 모임은 언제나 유효기간을 가진다. 와해되는 건 시간 문제다. 그리고 본인은 또다시 외톨이가 된다. 마음과 머리 속엔 또 피해의식에 가득 찬 채로 말이다.

신물 난다. 아무리 상담을 받고 책을 읽고 강의를 들어도, 결국 마주해야 하는 건 자기자신과의 싸움이란 걸 왜 모르는 걸까. 아니면 알고서도 자기는 약하다는 핑계로 어디 샛길이 없는지 간사하게 눈을 옆으로 기웃거리며 찾고 있는 걸까. 약하다는 이유가 언제나 당신의 마지막 보루인가. 왜 약한지 묻는 다음 질문은 왜 하지 않는가. 약하다면 왜 강하게 하려고 노력하지 않는가.

건강한 연대나 건강한 공동체는 자기자신의 치부를 객관적으로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개인이 모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자신을 객관화하여 바라보는 눈을 가지기란 참 어려운 숙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거기엔 완성은 없는 대신 늘 진행 중일 수는 있다. 노력 중일 수 있다. 사실 그거면 된다. 바로 알고 수정하려고 노력 중이면 된다. 자기 객관화가 되지 않은 사람이 타자를 바라볼 땐, 특히 어떤 민감한 문제에 연루되어 있을 경우엔, 비뚤어진 관계를 형성할 수밖에 없다. 잘 감추어둔 모난 모서리가 그럴 때마다 불쑥 삐쳐 나와 상대를 깊숙이 찌르는 것이다.

바른 눈을 가지고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잘 되어지지 않는다면, 그건 약함이다. 그러나 틀린 눈을 가지고 그 틀린 눈을 숨기려고 노력하거나, 바른 눈을 가졌으나 노력하지 않고 암묵적 묵인을 일삼는다면, 그건 악함이다. 약함은 공동체와 함께 할 때 상부상조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만, 악함은 공동체를 와해시키며 자기자신조차 망가뜨린다. 이런 자들이 실패자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실패자의 마인드를 가진 자가 실패자다. 인생의 결과를 놓고 말하는 게 아니다. 그 순간기울이에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지가 관건인 것이다. 무언가에 가리어져 자학하고 있는 그대여. 제발 눈을 뜨길 바란다. 그리고 이제 자기자신과의 싸움에 정면도전하기 바란다. 아무도 대신 싸워주지 않는 싸움이다. 그 거대한 적이 지금 바로 당신 눈 앞에 떡 하니 서있지 않은가! 우회로를 이젠 스스로 차단하라. 정면승부를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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