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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중심성.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해서 괴팍하거나 쌀쌀맞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오랜 시간을 만나왔다면 그렇게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사람과의 만남이 대부분 얕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실정을 고려할 때, 첫인상이나 겉모습, 말투나 얼굴표정 등으로 우린 보통 타자를 판단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는 은연 중에 부정적인 인품을 표현하는 단어와 부정적인 겉모습을 표현하는 단어가 항상 함께 간다는 전제를 이미 깔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겉모습만을 보고 타자를 함부로 판단해선 안 되는 이유다.
사람은 적어도 여러 번 만나 직접 두 눈을 보고 진심으로 이야기를 나눠봐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싫어하게 된다면, 그건 실수일 가능성이 높다. 본능적인 이끌림이나 본능적인 혐오감은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 무의식과 잠재의식적인 무언가가 작동한 것이라 너무나 주관적인 판단이기 때문이다.
인상 좋아 보이고 성격도 좋아 보이는 사람도 충분히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일 수 있다. 어린아이가 아닌 어른일 경우 사회성의 발달로 정치적인 기술을 습득하여 사람을 대할 때 이런저런 모습을 카멜레온처럼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사람을 여러 번 만나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눠봐야 그나마 그 사람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는 이유도 이러한 기술의 힘으로부터 속지 않기 위해서다.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사람의 특징은 겉으로 드러난 인상이나 성격에 있지 않다. 그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대충은 짐작할 수 있다. 당연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이들은 자기 얘기하기를 좋아한다. 물론 자랑만 해대면 자기중심성이 들통나기 때문에 언제나 겸양이라는 잡기술을 군데군데 배치하여 자신의 고귀함을 은근히 드러내려 한다. 그러나 아무리 그런 기술이 화려하다 할지라도 자기연민이나 자기사랑에 빠진 사람, 즉 자기 안에 갇힌 사람의 경우는 늘 상대방을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는 대상으로 여긴다. 스스로는 전혀 그럴 마음이 없었겠지만, 본인은 은연 중에 상대방을 청자, 자신을 화자로 세팅한 채 자랑이나 하소연을 해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고 우린 자기중심적이라든지 이기적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런 부류는 사람을 만나 외로움을 달래려고 애쓰지만, 정작 사람을 만나고 나면 그 외로움은 더 깊어지고 커져 있음을 깨닫게 된다. 갈증이 나 바닷물을 퍼마시는 것과 같은 행위다. 목마름이 해소되기는 커녕 더 커질 것이다.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는 길밖엔 방법이 없다. 그 길은 자기객관화다. 자신을 넘어서는 책이나 사람을 만나서 위로받기에 급급했던, 마치 마약에 중독된 것처럼, 생활에서 벗어나겠다고 결단해야 한다. 그런데 어쩌나. 정작 도우미는 그동안 배제해왔던 책이나 사람들 가운데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깨져야 한다. 스스로 스스로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 그게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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