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는 삶, 깊고 풍성한 삶“의사나 경찰관이 되는 것은 하나의 이지만, 작가가 되는 것은 다르다. 그것은 선택하는 것이기보다 선택되는 것이다.”- (폴 오스터, 빵 굽는 타자기 262페이지에서 발췌)글쓰기에 차츰 눈을 떠 나갈 때 여러 글쓰기 책들을 탐닉했다. 그러다가 인터넷 서핑에서 이 문장을 만났고, 작가라는 단어에 어떤 환상을 부여하고 있던 그 당시의 나는 나 역시 선택받은 것인가 하는 기대 반 망상 반으로 흥분이 되었다. 작가 문지혁도 저 문장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작가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 역시 지금은 저 문장을 진리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동시에 저 문장이 여전히 가슴을 뛰게 하는 기분을 느끼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모든 작가는 다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한강 작가와 작품을 듣다한강 저, ‘빛과 실’을 읽고손바닥 만한 크기에 백육십 페이지 남짓 되는, 여백도 많아 왠지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읽으며 그 공간을 채워 넣어야 할 것 같은 이 책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과 소감, 미발표된 여러 편의 시, 산문, 일기들을 담고 있다. 한강 작가의 주요 작품만 읽어본 독자로서 함부로 일반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한강 작가의 글을 읽을 때마다 느껴지는 진지한 적적함과 읊조리는 듯한 농밀한 텍스트들은 소설이 아닌 산문에서도 여전했다. 한강 작가 특유의 문체를 맛보는 것만 해도 즐거운 독서였다. 그러나 내가 주의 깊게 읽었던 부분은 수상 강연문이었다. 작가가 직접 말해주는 여러 작품들 (‘채식주의자’부터 ‘작별하지 않는다’까지)의 해제랄까, 탄생 배경이랄까, ..
지혜에 이르는 길에 대한 평신도 과학자의 통찰프랜시스 콜린스 저, '지혜가 필요한 시간'을 읽고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도 했던 창조과학은 생물학자이자 그리스도인인 내게도 뱀처럼 다가와 그 매력을 발산했다. 나는 잠시 그 매력에 심취했고,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성경지식과 그 당시 아직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던 과학지식 사이에 생겼던 모호한 괴리로부터 해방받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조금만 더 정직하게 성경을 읽고 공부하고, 조금만 더 과학지식을 객관적으로 습득하자 창조과학의 정체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었다. 창조과학은 과학이라는 껍데기를 쓰고 있을 뿐 결코 과학이 아니었다. 고급스러운 표현을 사용하자면 유사과학일 뿐이었다. 어떤 신념 혹은 신앙에 경도되지 않고 객관적이고 이성..
이성과 믿음“자연과학이라는 잔에서 첫 한 모금을 마시면 무신론자가 되겠지만, 잔의 바닥에는 하나님이 기다리고 있다.”노벨상 수상 물리학자이자 ‘불확정성의 원리’로 유명한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했다고 전해지는 명언이다. 누가 말했든 이 문장은 어떤 원리를 담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입장을 주장하기 위해 장애물처럼 여겨지는 그 무언가도 더 깊이 파헤치면 사실은 정반대의 입장을 가리킬지 모른다는 것. 한 문장으로 압축시킬 수 없는 깊고 방대한 영역의 문제라면 더욱더 그럴 것이다. 잔의 한 모금 정도만 마시고 마치 그 잔을 채우고 있는 것을 다 안다는 듯 행동하려면 어떤 배타적이고 비합리적인 신념이 필수적이다. 의심 없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 믿었던 자신의 입장도 결국 믿음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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