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와 함께한 나날들연휴마다 두꺼운 책 한두 권 읽는 습관을 쫓아 어제 손에 든 책은 600페이지가 넘는 '도스토옙스키와 함께한 나날들'이다. 첫 결혼에서 아내와의 사별 후 도스토옙스키가 맞이한 두 번째 아내 안나 도스토옙스카야가 쓴 회고록이다. 저자가 안나라는 사실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고 한국에 오자마자 책장에 들였던 기억이 난다. 도스토옙스키 작품은 전기, 중기, 후기로 나누곤 하는데 사람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들은 주로 후기에 속한다. 참고로 '죄와 벌'이라든지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모두 후기 작품이다. 전, 중, 후 가릴 것 없이 도스토옙스키 작품을 모두 저마다의 개성과 맥락으로 사랑하는 나도 굳이 하나를 고르라면 후기작이 도스토옙스키를 대표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하나님이 흔적이 드러나는 삶전신근, 제행신 공저, '이런 결혼, 어때?'를 읽고기다리던 택배 상자를 뜯자마자 책이 아닌 책과 함께 동봉된 저자의 손편지에 손이 먼저 갔다. 정성이 느껴졌다. 아무리 작더라도 작가의 진심은 독자에게 적지 않은 감동을 주는 법이다. 얼마 만에 받아보는 손편지인가 하며 나는 가능한 천천히 읽었고, 아쉬워서 또 한 번 읽었다. 이 편지를 쓰기 위해 저자가 독자 한 분 한 분을 마음속에 떠올리며 보냈을 시간들이 그려졌다. 감사가 일었다. 갓 출간된 이 책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2023년 10월 초 상봉몰에서 저자를 딱 한 번 뵌 적이 있다. 내 세 번째 저서 출간 기념으로 열린 조촐한 북토크에 일부러 발걸음을 해주신 날이었다. 남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내어 주..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한강 작가가 던졌던 질문이다. 그녀는 여러 번 ‘그렇다’는 대답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과거와 현재, 죽은 자와 산 자, 이 두 가지 대조는 읽기, 즉 독서에서도 유효하다. 내가 읽어 나가는 책의 대부분은, 그러니까 팔 할 이상은, 이미 죽은 자가 쓴 텍스트들이다. 내가 사랑하는 도스토옙스키와 헤세를 비롯한 모든 고전문학 작가들은, 너무나 당연한 말이겠지만, 모두 죽은 자들이다. 나는 죽은 자들이 남긴 글들, 즉 그들의 생각과 마음을 읽고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지식을 전수받기도 하며 감동을 받기도 한다. 죽은 자는 산 자인 나를 구하고 있는 것이다.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는다. 미래의 산 자에게 현재의 산 자인 나는 죽은 자가 ..
읽고 쓰는 삶, 깊고 풍성한 삶“의사나 경찰관이 되는 것은 하나의 이지만, 작가가 되는 것은 다르다. 그것은 선택하는 것이기보다 선택되는 것이다.”- (폴 오스터, 빵 굽는 타자기 262페이지에서 발췌)글쓰기에 차츰 눈을 떠 나갈 때 여러 글쓰기 책들을 탐닉했다. 그러다가 인터넷 서핑에서 이 문장을 만났고, 작가라는 단어에 어떤 환상을 부여하고 있던 그 당시의 나는 나 역시 선택받은 것인가 하는 기대 반 망상 반으로 흥분이 되었다. 작가 문지혁도 저 문장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작가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 역시 지금은 저 문장을 진리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동시에 저 문장이 여전히 가슴을 뛰게 하는 기분을 느끼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모든 작가는 다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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