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순수함과 건강함.
의심 자체를 악으로 정의하고, 의심이 드는 상태를 악에 물드는 과정이라고 진단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반지성적이다. 그들은 과학이 마치 무신론을 대변하는 것처럼 여기고, 과학을 신앙의 적으로 규정하곤 한다. 그래놓고 자기 스스로를 순수한 믿음을 가진 핍박 받는 소수의 생존자인 것처럼 여긴다. 그리고 그들이 속한 공동체 리더들에 의해서 그런 착각은 더욱 깊게 고착된다.
순수함이란 무엇일까. 고여있거나 정체된 상태, 혹은 획일성을 혹시 순수함으로 착각하고 있진 않은가. 만약 그렇다면, 완벽한 순수함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은 그곳으로 유입되는 모든 물줄기를 차단하고 홀로 섬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섬은 자연의 법칙에 따라 썩을 것이다. 사라질 것이다. 자멸할 것이다. 순수함이 정체됨인지 아닌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정체된 물은 썩고 악취를 풍기며 사라지기 마련이다.
나는 순수함이 아닌 건강함을 원한다. 순수함은 어쩌면 그저 인간의 이상일지도 모른다. 대신 건강함은 현실 가능하다. 우리가 추구해야할 것은 순수함이 아닌 건강함이다.
건강함은 획일성이 아닌 하모니다. 하나됨은 클론들의 집단이 아닌 다양한 악기들로 연주되는 오케스트라의 하모니에 있다. 평화는 클론들의 증식 보호가 아닌 다양성의 조화를 위한 존중과 배려에 있다. 하나님나라도 바로 거기에 있을 것이다. 클론들의 세상이 아닌 다양성의 세상. 그리고 그 세상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다. 이 세상을 클론들의 세상으로 만드려고 하지마라 제발. 그건 평화가 아닌 폭력이다.
'in monologu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치와 동질감 사이에서 (0) | 2020.02.18 |
---|---|
의심 (0) | 2020.02.18 |
여백 (0) | 2020.02.18 |
겸손, 그리고 혁명 (0) | 2020.02.03 |
자극에 반응하기 (0) | 2020.02.02 |
- Total
- Today
- Yesterday